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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경영평가를 새로운 눈으로 보자!

by 한국조폐공사 2015. 5. 15.

경영평가를 새로운 눈으로 보자


매년 이맘때쯤이면 공공기관들은 분주하기 마련이다. 지난 한 해 동안의 경영실적에 대한 외부점검인 경영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기관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구성원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법 큰 관계로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갑자기 을의 위치가 되는 듯하다. 문제는 왜 경영평가가 필요하고 그런 과정을 통하여 공공기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또는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성원간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못하다는데 있다. 더 큰 염려는 경영평가에 수동적으로 종속되다보니 습관적으로 평가를 받고 결과가 좋으면 그만이지 하는 일부 안일한 태도를 부인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결과적으로 평가결과를 토대로 기관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필요한 문제를 발굴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발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이른바 학습조직으로 진화하려는 노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글은 그동안 경영평가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대표적 공기업인 조폐공사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는 몇 가지 바람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변화하고 혁신할 결단과 역량 필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은 혁신의 대상으로 단골메뉴에 오른다. 멀리는 김대중정부 시절의 공공기관 민영화부터 노무현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효율화를 거쳐서 이명박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를 경험하였고, 이번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합리화로 시작하여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공공기관의 혁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떠오르는 의문과 궁금증은 일련의 공공기관 혁신 또는 개혁조치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매 정부마다 공공기관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답은 간단하다. 공공기관의 현재 모습이 그 존재이유에 부합할 만큼 충분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왜 그럴까?


조폐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독점적 성격을 지니게 됨으로써 경쟁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효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른바 X-비효율성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자연 독점적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주인-대리인이론 관점에서 본다면 정부는 주인의 입장에서 대리인인 공공기관의 관리/통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강화해 가는 것이다. 결국, 이런 순환과정을 슬기롭고 기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처해가는 방법은 피동적으로 외부의 관리 또는 통제에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 스스로 선제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결단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본다.



경영평가를 바라보는 자세가 바뀌어야


정부의 통제와 공기업의 자율성과 관련해서 제도의 근본적인 뿌리는 문화라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공기업 경영평가를 체계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예컨대 영국의 경우, 시장 중심적인 경영을 해 왔다면, 우리나라는 국가가 먼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국가 채무적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공기업 책임 확보의 수단으로서 사후적 평가(즉, 경영평가)를 도입했지만,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관점도 다양하다.


예컨대, 만약 경영평가가 실질적으로 성공했다면 공공기관의 지속가능한 자기혁신을 토대로 학습조직화가 이미 이루어져서 정부에 의한 외부평가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필요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공기업들이 이제는 경영평가를 바라보는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프랑스 극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즉, 경영평가를 기다리지 말고 정부에 의한 외부평가가 이제는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기업 스스로가 과감하게 먼저 변해보는 것은 어떨까싶다.


먼저, 변화의 새로운 눈은 당연히 국민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즉, 공기업을 바라보는 눈을 내부조직이나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공기업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깨우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기업의 활동을 보면 대부분 조직논리나 정부의 정책포지션에 의해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았지 궁극적인 대상인 국민의 입장을 고려한 경우를 찾기 힘들 것이다. 공기업이 힘을 갖고 있다면 자체 서비스의 독점성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공기업 고객들은 불특정 다수인 국민들로 집약된다. 서비스업종인 공기업들이 고객을 고려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비정상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공기업의 역할이나 기능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뀔 필요가 있다. 즉,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누가(민간부문 또는 정부/공기업) 서비스를 제공하든 본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저렴하고 빠르게 제공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무조건으로 ‘시장은 선이고 정부는 악’이라는 주

장에 대하여 반증사례가 되려면 공기업이 이제는 국민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더 나가서 맞춤형으로 제공하려는 자세와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변하자는 것이 바로 정부3.0이다.



기존의 일하는 방식도 개선 필요


둘째로, 새로운 눈으로 일을 하려면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근래에 공기업들이 당면하는 문제는 어느 한 기관이 해결할 수 있는 또는 조직내 한 부서가 담당할 만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여러 기관이나 부서에 걸쳐있는, 이른바 사악한 문제들(Wicked problems)이다. 문제가 사악해 지는데 해결하는 방식이 순진해서야 그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등 초연결사회의 등장은 더 이상 칸막이식 사고나 문제해결방식은 유용성이 없다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깨우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미 익숙해져있는 클라우드소싱이나 위키피디아적인 접근은 바로 우리가 변화된 환경하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다만 이런 변화를 스스로 일하는 과정에는 적용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근대의 산물인 기능적 전문화는 더 이상 경계가 무너진 21세기 디지털 사회에서는 그 의미를 갖기 어렵다. 따라서 더 늦기전에 ‘조폐공사만이, 공사내 우리 부서만이 또는 나만이’ 라는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 관련된 기관들 또는 겉으로는 연관되어 보이지 않은 다른 조직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창발적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융합적 사고와 협업을 받아들이고 일상화해야 한다. 이미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일부 공공기관의 변화를 남의 일로 볼 수만은 없다.


끝으로, 새로운 눈으로 새롭게 일을 하려면 보다 근본적으로 조직문화를 뜯어 고쳐야 한다. 그동안 공공기관 개혁을 돌이켜보면 30여년에 걸친 기나긴 과정이었지만 여전히 공공기관 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 핵심에는 개혁과 관련된 실적은 쌓였는지 모르겠으나 혁신의 철학 또는 정신이 녹아내리는 조직문화는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는 불편함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권초기의 개혁바람을 잠시 피하면서 요구하는 과제를 통해서 실적만 양산했지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면서 체질을 변화시키는 일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상당수의 공기업들은 이른바 학습조직화가 되었을 것이며 정부의 통제나 국민의 비판없이도 스스로 혁신하면서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예컨대, 내 일이 아니면 관심이 없고, 조직이익을 국가나 국민이익보다 우선시 하면서 적당주의와 무사 안일한 태도로 어떻게 사악한 문제에 대처하고 선제적으로 국민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정부의 통제나 평가에 대하여 부당하거나 너무 심하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내가 그런 주장을 당당히 할 수 있을 만큼 기관의 체질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일상적인 참여와 공유를 편안하게 허용할 정도로 변해있는지, 또는 변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조직문화는 서둘러서 과제 한 두 개 실행했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다. 가랑비에 옷 젖 듯 의도적으로 작은 일부터 서서히 내면화하는 노력이 전 구성원 사이에 장기간 쌓일 때 변할 수 있다. 그 노력을 지금 시작해 보자고 제안한다.



기관의 경영혁신은 임직원 모두의 책임


조폐공사는 다른 공기업에 비하여 기관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의 현안이 크지 않고 부채 역시도 계획에 따라 상환할 수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기관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안정적인 운영을 바탕으로 핵심기술을 혁신하고 새로운 수익모형발굴을 통한 국내·외 외연확대를 적극적으로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활동의 기반이 바로 기관의 경영혁신이며 그 책임은 기관장과 임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구성원들이 함께 나눠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혁신의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나 나올 수 있으며 그 주체는 여러분이기 때문이다. 이제 조폐공사가 새롭게 눈을 뜨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며 조직의 체질을 바꿈으로써 머지않아 세계무대에 우뚝서는 대한민국의 대표 공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출처 화폐와 행복 5+6, 『KOMSCO 칼럼

글 오철호 비상임이사(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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