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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우리 몸 살리는 제철 먹거리-곤드레나물과 두릅

by 한국조폐공사 2015. 5. 15.


5, 6월이 되면 먹을거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부산 기장멸치가 가장 맛있을 시기이며, 덕장에서 눈비 맞고 봄을 맞이한 황태도 이때가 최고다. 강화도 밴댕이도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연의 마트’ 우리 땅 산야에서 나오는 나물이 최고다. 그 중 두릅과 곤드레 나물은 5, 6월 먹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시집 온 새댁이 산나물 30가지 모르면 굶어 죽는다는 말이 있다. 또 99가지 나물노래를 부를 줄 알면 3년 가뭄도 이겨낸다고 한다.


율곡 이이(1536~1584)의 ‘전원사시가’ 중에서 ‘봄’편을 보자.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쪘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에 들어가니/ 주먹 같은 고사리요 향기로운 곰취로다/ 빛 좋은 고비나물 맛 좋은 어아리라/ 도라지 굵은 것과 삽주순 연한 것을/ 낱낱이 캐어내어 국 끓이고 나물 무쳐/ 취 한 쌈 입에 넣고 국 한 번 마시나니/ 입안의 맑은 향기 삼키기 아깝도다.’


시(詩)만을 놓고 보면 율곡은 ‘나물 박사’다. 나물이 어디에서 나는 지, 어떻게 생겼고 요리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맛을 아는 자였다. 봄이 지나 초여름까지 누가 씨를 뿌리지 않아도 산야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솟아나던 나물. 과거 보릿고개를 이겨냈던 구황식물이지만 지금은 웰빙(Well-being), 힐링(Healing) 먹을거리다.



곤드레 나물밥


요즘 대형할인매장이나 재래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곤드레나물이다. 강원 정선과 평창에 가면 냉동으로 얼린 곤드레가 많지만 이외 지역에서는 말린 나물이다. 또 웰빙 붐을 타고 곤드레나물밥집도 많이 늘었다.


요즘처럼 제철일 때에는 나물 밭에서 그냥 뜯어온 곤드레를 쌈으로 먹거나 데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산지(山地)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게 건 곤드레 나물밥이다. ‘곤드레’는 고려엉겅퀴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가 마치 술 취한 사람과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곤드레나물밥은 나물을 하루 정도 담가놓아다가 손으로 살살 비벼 잎이 퍼지도록 한 뒤 삶아서 밥과 함께 지어내야 한다. 다소 번거롭지만 갓 지어낸 밥을 집 된장이나 양념간장에 쓱쓱 비며 먹으면 입안에 나물 밭을 옮겨 놓은 듯하다.


할인매장 등에서 마른 나물 90~100g 정도(4000~5000원) 구입하면 세 식구 세끼 정도는 먹을 수 있으니 번거로움은 감수할 만 하다.




두릅


‘산채의 왕자’라 불리는 두릅은 ‘목두채(木頭菜)’다. 묘하게도 나뭇가지 끝에 잎이 오므라진 통째로 매달려 있다. 마치 사슴 뿔과 비슷하다하여 ‘목두채사록두용’(木頭菜似鹿頭茸)이라 했다.


단백질과 지방,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니 녹용 못지않을 것이다. 데친 두릅만 한 접시 올려놓아도 식탁이 풍성해진다. 수확철이 짧아 아쉬움이 있다.


자연산은 ‘참두릅’, 비닐하우스에서 나는 재배두릅은 ‘땅 두릅’이라 부른다. 엄나무의 순은 개두릅이다. 참두릅은 잎이 모여있는 반면, 개두릅은 잎이 벌어진다. <해동죽지>에서는 경기 용문산 두릅이 최고라 적혀있지만 전국 어디서나 요즘 맛볼 수 있다.


두릅 요리 중 최고로 치는 게 역시 두릅회다. 말 그대로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두릅 베이컨말이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안주로 제격인 두릅적과 두릅새우무침도 명품 메뉴다.




출처 화폐와 행복 5+6, 『우리몸 살리는 제철 먹거리5

글 이기진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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