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월이 되면 먹을거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부산 기장멸치가 가장 맛있을 시기이며, 덕장에서 눈비 맞고 봄을 맞이한 황태도 이때가 최고다. 강화도 밴댕이도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연의 마트’ 우리 땅 산야에서 나오는 나물이 최고다. 그 중 두릅과 곤드레 나물은 5, 6월 먹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시집 온 새댁이 산나물 30가지 모르면 굶어 죽는다는 말이 있다. 또 99가지 나물노래를 부를 줄 알면 3년 가뭄도 이겨낸다고 한다.
율곡 이이(1536~1584)의 ‘전원사시가’ 중에서 ‘봄’편을 보자.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쪘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에 들어가니/ 주먹 같은 고사리요 향기로운 곰취로다/ 빛 좋은 고비나물 맛 좋은 어아리라/ 도라지 굵은 것과 삽주순 연한 것을/ 낱낱이 캐어내어 국 끓이고 나물 무쳐/ 취 한 쌈 입에 넣고 국 한 번 마시나니/ 입안의 맑은 향기 삼키기 아깝도다.’
시(詩)만을 놓고 보면 율곡은 ‘나물 박사’다. 나물이 어디에서 나는 지, 어떻게 생겼고 요리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맛을 아는 자였다. 봄이 지나 초여름까지 누가 씨를 뿌리지 않아도 산야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솟아나던 나물. 과거 보릿고개를 이겨냈던 구황식물이지만 지금은 웰빙(Well-being), 힐링(Healing) 먹을거리다.
곤드레 나물밥
요즘 대형할인매장이나 재래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곤드레나물이다. 강원 정선과 평창에 가면 냉동으로 얼린 곤드레가 많지만 이외 지역에서는 말린 나물이다. 또 웰빙 붐을 타고 곤드레나물밥집도 많이 늘었다.
요즘처럼 제철일 때에는 나물 밭에서 그냥 뜯어온 곤드레를 쌈으로 먹거나 데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산지(山地)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게 건 곤드레 나물밥이다. ‘곤드레’는 고려엉겅퀴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가 마치 술 취한 사람과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곤드레나물밥은 나물을 하루 정도 담가놓아다가 손으로 살살 비벼 잎이 퍼지도록 한 뒤 삶아서 밥과 함께 지어내야 한다. 다소 번거롭지만 갓 지어낸 밥을 집 된장이나 양념간장에 쓱쓱 비며 먹으면 입안에 나물 밭을 옮겨 놓은 듯하다.
할인매장 등에서 마른 나물 90~100g 정도(4000~5000원) 구입하면 세 식구 세끼 정도는 먹을 수 있으니 번거로움은 감수할 만 하다.
두릅
‘산채의 왕자’라 불리는 두릅은 ‘목두채(木頭菜)’다. 묘하게도 나뭇가지 끝에 잎이 오므라진 통째로 매달려 있다. 마치 사슴 뿔과 비슷하다하여 ‘목두채사록두용’(木頭菜似鹿頭茸)이라 했다.
단백질과 지방,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니 녹용 못지않을 것이다. 데친 두릅만 한 접시 올려놓아도 식탁이 풍성해진다. 수확철이 짧아 아쉬움이 있다.
자연산은 ‘참두릅’, 비닐하우스에서 나는 재배두릅은 ‘땅 두릅’이라 부른다. 엄나무의 순은 개두릅이다. 참두릅은 잎이 모여있는 반면, 개두릅은 잎이 벌어진다. <해동죽지>에서는 경기 용문산 두릅이 최고라 적혀있지만 전국 어디서나 요즘 맛볼 수 있다.
두릅 요리 중 최고로 치는 게 역시 두릅회다. 말 그대로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두릅 베이컨말이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안주로 제격인 두릅적과 두릅새우무침도 명품 메뉴다.
출처 : 화폐와 행복 5+6, 『우리몸 살리는 제철 먹거리5』
글 이기진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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