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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최보기의 책보기-논어 인문학

by 한국조폐공사 2016. 10. 10.

한가위에 만나면 좋을 책 1

장주식 <논어 인문학>

 

 

 

얼마 전 모 유명 작가의 인문학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원래 서양 의술을 배운 의사였으니 아무래도 <동의보감>을 쓴 허준보다 그가 선서한 고대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그에게 더 익숙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인지 그는 인류가 후손에게 물려줄 3대 책이 성서, 오디세이아, 신곡이라 한다고 남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됐다.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후손에게 물려줄 3대 책이라고 전해야 옳다. 그렇지 않은가? 굳이 동서양 편을 가르자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저 세 권의 책은 서양의 역사와 현재에 비춰볼 때 가치가 큰 것이다. 다만, 이때의 성서란 종교적 경전이 아니라 서양의 정신세계를 함축하는 독서의 대상으로서 을 뜻하는 것이니 기독교인들의 오해가 없길 바란다.

 

여기서 다시 그럼 인류가 후손에게 물려줄 3대 책은 뭐냐고 묻는다면 복잡해진다. 그냥 단순하게 동양인들이 후손에게 물려줄 3대 책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게 낫겠는데 사실 일천한 필자로서는 그걸 생각해 본 적도, 선정할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유학과 유교의 뿌리인 공자의 <논어>는 영순위 아니겠냐는 판단을 자신 있게 내리겠다. 일찍이 도올 김용옥 선생께서 성인(聖人)의 반열에 오른 공자와 논어를 빼고서 동양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했으므로.

 

전례 없던 폭염으로 온 국민들이 경을 치른 게 엊그제건만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그 또한 무상해 벌써 우리는 가을의 초입을 지나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풍성함에 설렌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위해 산으로 들로 (산도 들도 덥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피서 다니느라 지친 심신이라면 한가위 연휴라도 방바닥에 배 깔고, 뒹굴며, 먹다, 자다, 자다, 먹다, 그래도 심심커든 그 자세 그대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세월아 네월아일독해 봄은 어떨까. 어쩌면 논어는 작심독파보다 그리 읽어야 더 맛있는 책일 것 같지 않은가?

 

<논어 인문학>은 모두 2권으로 천육십오 페이지 분량이다. ‘논어임에도 공자가 저자가 아니라 장주식임은 그의 의역과 해설이 책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의 경우 장주식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듯이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다를 넘어 배우고 때에 맞춰 실천하면 기쁘다고 번역을 했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역시 그냥 친구가 멀리서 오는 게 아니라 뜻을 함께할 사람이 멀리서 오는 것으로 한 꺼풀 깊이 파고 들었다. 의역과 해설이 다 맘에 들진 않더라도 사고의 범주를 넓히는 의역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높이 살만한 책이다.

만약 그런 두꺼운 의역 대신 논어 1편 학이(學而)부터 20편 요왈(堯曰)까지 일단 독파부터 하고 싶다면 원문과 번역, 간단한 설명을 붙인 홍승직의 <처음 읽는 논어>가 안성맞춤이다.

 

◇논어 인문학1.2ㅣ장주식 지음ㅣ내일을여는책 ◇처음 읽는 논어ㅣ공자 지음ㅣ홍승직 옮김ㅣ행성B잎새 펴냄◇

 

출처 : 화폐와 행복 9+10 『최보기의 책보기』

글  북칼럼니스트 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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