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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최보기의 책보기-장자 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

by 한국조폐공사 2016. 10. 10.

한가위에 만나면 좋을 책 2

양승권 <장자 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

 

 

 

 

 

 

<논어 인문학>의 장주식에 따르면 공자의 제자를 자처한 맹자는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로 여섯 가지를 들었다고 한다. 착한 사람(善人), 믿음직한 사람(信人), 아름다운 사람(美人), 큰사람(大人), 거룩한 사람(聖人), 신령스러운 사람(神人)이 그것이다. 장주식은 ‘<논어>를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삶 속에서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착하고 믿음직한 사람까지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독자들도 그런 기쁨을 얻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만약에 그러한 <논어> <장자>까지 더한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삼천 리 날갯짓 한 번에 구만 리 하늘로 박차 오르는 대붕(大鵬)에 벌써 가슴이 벅차 오르지 않은가!

 

옛날에 흔한 말로 군대 가면 나서지도, 쳐지지도 말고 중간만 가라고 했었다. 너무 잘해도, 너무 못해도 괴로운(?) 일이 똑 같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의 뼈대가 장자에게서 유래된, 철학적 근거가 튼튼한 말이었다. 장자 가라사대 산속의 굽은 나무는 쓸모가 없어 장수하고, 울지 못하는 거위는 쓸모가 없어 죽는 것이라.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중간에서 온전히 자연에 몸을 맡기면 재앙을 면할 것이라했다는 것이다..

 

대붕(大鵬) 9만리 하늘 위까지 올라야 비로소 바람이 구름 같은 날개를 받쳐 날 수가 있다. 하루 9만리, 6개월을 날고서 한 번 쉬는 대붕의 날갯짓에 바닷물은 삼천리를 튄다. 작은 나무 가지 사이를 촐싹촐싹 날아다니는 촉새와 산비둘기는 대붕이 왜 그리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구나 자신의 입에 물린 애벌레를 혹여 대붕이 빼앗아 먹을까 봐 짹짹거리며 아우성이다. 촉새와 산비둘기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대붕은 장자다. 대붕은 무한한 공간에서 누리는 절대자유를 상징한다. 장자의 핵심인데 이 절대자유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먼저 몸과 마음에서 힘을 빼야 한다.

 

몸에서 힘을 뺀다는 것은 술 취한 사람과 멀쩡한 사람이 마주 달리다 부딪쳤을 때 술 취한 사람이 덜 다치는 이치와 같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살기 위해 몸에 힘을 주다 오히려 익사하는 것과 같다.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와서 부딪치면 아무리 속 좁은 이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나 그 배에 사공이 있다면 갖은 욕설을 퍼부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빈 배가 되어 유유자적 노닌다면 어느 배에 부딪친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이것이 장자의 허주(虛舟_빈 배)론이다.

 

똑똑한 스마트 폰 덕에 일과 말도 덩달아 많아졌다. 말이 많아지니 쓰레기가 범람하고 마침내 그 쓰레기들이 괴물이 되어 인간을 덮친다. 많이 알면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으니 스트레스도 커진다. 그럴 때 우리 아무 생각 없이 장자의 빈 배에 몸을 좀 실어 보자. 더도 덜도 말고 이 한가위만이라도!

 

자신의 그림자가 두렵고, 발자국 남기는 것이 싫어 그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지려고 내달린다. 그러나 달리면 달릴수록 발자국은 더 어지러이 남고, 그림자 역시 찰싹 달라붙는다. 자신이 늦게 달려서 그런가 싶어 속도를 더 높여 달리다 그만 힘이 부쳐 죽고 만다. 그늘 진 곳으로 들어가면 그림자도 없고, 거기서 움직이지 않으면 발자국도 생기지 않음을 이 사람은 몰랐던 것이다. 장자! 이 아니 멋지지 아니한가!

 

◇장자 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ㅣ양승권 지음ㅣ한길사 펴냄◇

 

출처 : 화폐와 행복 9+10 『최보기의 책보기』

글  북칼럼니스트 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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