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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는 지금/KOMSCO 뉴스

반부패․청렴 「화이트 해커 ver.2」 공모전 5

by 한국조폐공사 2015. 12. 10.

 

우리 공사는 반부패청렴 활동에 대한 전 직원의 관심과 참여를 제고하기 위하여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화이트 해커 Ver2.0공모를 실시하였습니다. 금년 공모전 주제는 청탁을 통해 승승장구하는 해커로서 법을 피해 당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수상작들의 내용은 사실과는 무관하며 반부패청렴 화이트 해커 ver.2공모 상황에 맞춰 지어낸 내용입니다.

 

반부패 청렴 화이트 해커 ver.2 공모?

- 우리 공사에서 발생 가능한 각종 부패상황을 미리 찾아냄으로써 사전예방적인 부패 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청탁금지법과 관련된 공모상황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공모를 함.

 

화이트 해커(White Hacker)?

- 컴퓨터와 온라인의 보안 취약점을 연구해 해킹을 방어하는 전문가를 말 함

 

 

(장려상)

위험한 계약관계 은밀한 거래

본사 기술처 기술관리팀 이준형

 

 

 

며칠 전 협력업체 김 과장이 나를 찾아왔다. 그 동안 거래를 해오던 수의계약 방식을 공개경쟁입찰로 변경한 것에 대한 소극적인 항의였을 것이다. 오랜 기간 거래를 해 오던 관계이고, 나도 업무를 처리하는데 익숙하고 편하지만 국가 정책이 바뀌어 정당한 사유 없이는 수의계약이 오히려 더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공개경쟁입찰을 준비하면서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회사에서 정말 많은 문의전화가 왔었다. 이 또한 귀찮은 일임은 분명하다.

 

오늘 점심에 김 과장이 다시 한 번 나를 귀찮게 하였다. 굳이 회사까지 찾아온 데는 이유가 있어서 일 것이다. 점심시간 이후라 김 과장을 만나는데 부담은 없었지만, 뜬금없이 자신이 즐겨가는 커피숍에 가자는 것이다. 뭐 커피 한 잔 사는 것이야 일도 아니지만, 김 과장의 칭얼댐을 받아주기에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불안스럽게도 김 과장은 계약 건에 대한 얘기는 단 한마디도 입에 담지 않았다. 김 과장의 차를 타고 다시 회사를 가는 중에 갑가지 그가 말문을 열었다. “차장님 입가에 뭐 묻으셨는데 거울 한번 봐보세요.”나는 아무생각 없이 차안의 거울을 보기 위해 햇빛가리개를 내렸다. 순간 그 곳에서 무언가 툭 떨어졌다. 한참 뒤에야 김 과장의 의도를 알았지만 선뜻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어 버렸다.

 

요즘 아이들의 학원비도 문제지만 몸이 좋지 않은 둘째가 병원에 살다시피 하여 생활이 꽤 어려워져서 그랬을 것이다. 봉투도 제법 두둑하여 건네기도 민망스러운 상황이었다. “차장님 여기선 아무도 몰라요. 한번만 잘 봐주세요.” 순간 그 말에 동의라도 한 듯이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김 과장은 그렇게 나를 회사에 내려두곤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이제 어찌하면 좋을까?

 

사무실에 앉아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일을 처리한다면 되는 것 아닐까? 언제나 그랬듯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증빙자료로 타당성을 입증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이번 경쟁 입찰에 참가한 업체는 총 5개 기업. 그 중 적격한 업체는 김 과장의 회사를 포함하여 3, 해볼 만한 일 이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머지 두 군데의 회사를 돌며 선심 쓰듯이 입찰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제가 조사해보니 사장님 업체가 가장 적합할 것 같네요. 꼭 같이 일하고 싶어 특별히 제가 정보하나 알려드릴게요.” 물론 입찰가격에 한참 웃도는 거짓정보였다. 김 과장에게도 넌지시 일러두었다. 개찰 당일, 나의 계획대로 결론은유찰이었다. 첫 번째 증빙조각이 완성된 것이다.

 

개찰이 끝난 후 두 곳의 회사에서는 볼멘소리로 안부를 묻는 항의전화를 하였다. “죄송합니다. 윗선에서 입찰가격을 조정했나 봅니다. 다음에는 확실한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형식적인 말로 상대방에게 안도를 건네고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두 번째 개찰 전날, 나는 유유히 전화를 돌려본다. 한 곳은 이미 내 마음속에서 쉽게 지웠다. 신용평가등급 확인서의 유효기간이 한참 지나서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 곳에 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내었다. “여기 한국조폐공사인데요, 신용평가등급 확인서가 누락이 됐나 보네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개찰 전에 빨리 가져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물론, 신용평가등급 확인서는 사무실 세절기 속에서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곧 개찰이 시작되고 순진하게 내말을 믿는 대리쯤 되어 보이는 자가 급하게 뛰어온다. 그의 손에는 이미 무용지물인 신용평가등급 확인서가 들려있다. 입찰공고일 이후 발행된 확인서가 무슨 소용 있으랴. 개찰 결과 들러리 회사가 낙찰되었지만 결국 승자의 트로피는 김 과장의 회사가 움켜쥐었다. “사장님과 정말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다음번에 꼭 인연이 있을 겁니다.”들러리인 회사들에게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이미 한 번 유찰도 되었고, 신경써주는 척 하는데 누가 의심을 할까?

 

김 과장이 나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려 한다. 나는 차갑게 고개를 돌리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계약업무 조차 내가 진행하지 않았다. 의심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김 과장도 나의 의도를 눈치 챘는지 더 이상의 연락도 없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와 김 과장의 비밀스럽고 위험한 계약관계는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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