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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2014, 1+2 화폐산업?

by 한국조폐공사 2015. 2. 26.


한 장의 그림, 돈이란 무엇인가?

좀 생소한 이야기 같지만 화폐산업이란 무엇일까? 화폐라면 한마디로 돈인데 돈 가지고 장사도 아닌 산업을 한다니 혹자는 갸우뚱 할만도 하다. 어느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콘서트에서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대답 1위는 뜻밖에 ‘돈’이었다 한다. 생각하기엔 대상이 주부들인 만큼 가족에 대한 사랑이란 대답을 기대했지만 뜻밖에도 ‘첫째가 돈이고, 두 번째도 돈이고, 세 번째도 돈이 었다’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렇다면 그토록 좋아한다는 돈이란 과연 무엇일까?


시대를 풍미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있지만 한마디로 있으면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하고, 없으면 불편한 돈! 그 돈의 힘은 과연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그리고 돈은 어떻게 태어났고 또 누가 생각해냈을까? 돈은 어떤 형태로 왜 국가에 의해 제정되는 것이며, 돈이 되기 위해선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하는가? 사람들의 합의와 법적 효력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돈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간단명료하게 한마디로 대답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돈은 아직도 미스터리한 그 무엇일 뿐 인류역사 5000년 동안 확실한 정의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돈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한 기획일 수도 있고 민감한 문제이 기도 하다. 더욱이 경제학자도 아닌 사람이 돈으로 인한 수많은 도덕적 종교적 비난을 샀던 인류역사의 어떤 현상들 즉 개인과 개인, 국가와 국가 간에 전쟁을 초래하기도 했던 일들에 대해 화폐를 매개로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하기란 매우 우매한 일일수도 있다. 때문에 이 어려운 주제의 접근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각 문화 및 사회 속에서 돈의 역할을 인류학적, 경제학적도 아닌 역사적인 접근 방법으로 시도해 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화폐의 기원부터 현대까지 전통적인 역사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화폐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정리하며 고대부터 근대유럽까지 그리고 오늘날 각 문화 속에 돈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다양한 돈의 형태는 보편적 정의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론적 측면에서 무엇을 사고파는 ‘교환을 위한 수단’으로 정의된 것에 부과해 그 이면에 담겨있는 역사적 배경과 돈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나아가 오늘날 화폐산업이란 측면에서 어떻게 발전되고 있는지를 더듬어 보고자 한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는 네덜란드의 화가 쿠엔틴 마시스 Quentin Matssys(1464~1530)가 1514년에 그린 <고리대금업자와 그의 부인>이란 작품이 걸려있다.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유명한 고전이기

도 하다. 이 그림은 당시에 사회적으로는 지체가 낮은 상인에 불과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돈과 인간관계를 포함한 ‘돈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제로 등장하는 사람은 고리대금을 하는 남편과 부인이다. 동전과 보석이 쌓여있는 남루한 탁자에서 남편은 저울로 동전의 무게를 달고 있고, 부인은 그 옆에서 성경책을 들추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남편의 저울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그 아래에 그려진 작은 거울 속에 는 또 다른 낯선 제3자가 숨어 있다. 바로 남편한테 찾아온 어떤 사람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이 그림이 사람의 관계를 보여 주는 듯하지만 주인공들의 신경은 탁자 위에 동전으로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그림에서 돈은 인간 세상의 초점이란 것을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싶다.

 

왜냐하면, 16세기 당시 유럽사회에 대두됐던 종교와 결혼에 대한 두 가지 사항을 은유적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부인은 성경을 펼쳐놓긴 했지만 거기에는 관심이 없고, 부부의 시선은 서로가 아닌 책상 위에 동전을 향해 있기 때문에 관람자의 시선 또한 돈에 쏠리게 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작가는 돈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전부일까? 아니면 그 이면에 담긴 다른 이야기를 암시하고자 했던 것일까! 즉 여자는 잠시 시선을 돈으로 돌렸을 뿐 실제로는 성경책을 읽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돈보다는 남편을 더 사랑할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화가는 금전을 추구하는 물질주의적 세상과 그보다 높은 영적 삶의 단순한 대립을 묘사했다기보다는 돈과 종교, 가족이 현실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려고 했을지 모른다. 다시 말해 돈과 인간관계의 미묘한 함수를 내재하고, 그 속에 얽힌 물질주의와 정신적인 양면을 보여주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자기 앞에 쌓여있는 돈만 바라보고 있다.


그 시대 유럽인들에게 돈은 금과 은으로 만든 동전이었다.




화폐의 역사를 시대적으로 분류할 때 물물교환이 빈번해지면서 교환에 필요한 중간 매개체인 조개, 곡물, 피혁 가축 등과 같은 초기 <물품 화폐>를 넘어 이미 <금속 화폐>에 접어든 시기였다. 적은 양으로 고유의 가치를 가지면서 이동과 운반이 편리할 뿐 아니라 품위를 보증했던 시기이다. 그런 측면이 아니라도 이 그림은 주화와 보석을 등장시켜 돈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즉 시대와 문화의 특성에 따라 돈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화폐산업을 운운하는 지금은 이미 은행권이나 주화 같은 <명목 화폐>뿐 아니라 IC칩이 내장된 플라스틱 카드나 PC, 모바일 등 전자매체에 화폐가치를 지정한 <전자화폐>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돈에 관한 근대적 관례는 뭐라 해도 서구사회 즉 유럽과 미국의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 뿌리의 파생은 오늘날 지구촌이 글로벌 스탠다드 시대에 접어들면서 환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까지 이 전통에 자신들의 관점을 접목시켜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도구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화폐산업을 논하기 전에 돈은 어떻게 인류역사 5000년 동안 시대적, 문화적, 지역별로 서로의 다양성을 접목하며 발전해 왔는가를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돈이 근대사회의 인간성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요소 중의 하나였다면 금융 및 상업 활동에 대한 기록이 처음 발견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넘어 그리스의 에게문명과 로마제국 그리고 중세유럽까지 이어진 돈의 역사와 아시아의 역사에는 또 어떤 역할을 어떻게 했는지 들여다 보며 화폐산업에 대한 발전과 미래를 생각하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경제에 있어 독점적인 서구와 미국이 전 세계 돈의 역사에 미치는 힘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출처 : 2014, 1+2 오순환의 세계의 화폐산업

글 오순환 중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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