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What does banknote represent?"

창조하는KOMSCO/화폐와 행복(사보)




➊ 개관 – 보안제품의 표상적 측면

 

전통적으로 디자인에서는 제품을 설계할 때 기능과 감성이라는 이분법적 접근법을 많이 사용한다. 소비자들 역시 제품을 구매할 때 은연중에 성능과 스타일을 어느 정도 나눠서 따지는 경향이 있다. 보안제품도 예외는 아니어서 제품의 위조방지 성능, 즉 기능적인 측면과, 도입된 소재나 그의 묘사법 등의 디자인적인 측면이 다른 차원에서 평가되는 경향을 가진다.

특히, 상당부분의 보안제품은 그것이 통용되는 집단, 나아가 국가의 상징성을 표상하는 역할까지를 겸한다는 점에서 그것이 사회적으로 갖는 감성적 파급력은 여타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그만큼 사람들이 기능만큼이나 보안제품의 표상적 측면에도 많은 관심과 때로는 비평의 목소리를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글에서 필자는 보안제품의 기능적 측면, 즉 기술의 발달에 의해 보안제품이 직면하게 된 다양한 위/변조 위협의 양상과, 그에 대해 보안제품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에 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다룬 바 있다.

이번 편에서는 제품으로서의 보안제품이 담당하는 역할 중 또 다른 표상적 측면, 즉 일종의 문화제품으로서 보안제품이 사회를 담아내는 방식이 과연 기능적인 측면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는 다른 유형의 제품과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고, 또 그 방식이 사회기술적 변화에 발맞추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➋ 보안제품에서의 표상과 기능이 갖는 관계성, 그 특별한 점은

 

표상(representation)은 제품의 기능(function)과 대비되는 감성적인 측면, 다시 말해 제품의 쓰임새와는 별개로 그것이 내포하는 메시지나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흔히 보안제품을 비유하여 ‘무언의 외교관’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곤 한다. 모든 사람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보안제품의 경우 일정한 가치를 상징하는 기능과는 다른 차원의, 사회 구성원의 보편적인 합의를 득한 표상으로서 보안제품이 갖는 또 하나의 기능이 존재함을 시사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보안제품의 경우 일반적인 제품이나, 혹은 형태적인 측면에서 가장 유사할 수 있는 시각 디자인 쪽의 결과물과도 약간 다른 기능과 표상 간의 관계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보안제품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일상용품 등의 다른 제품과 달리 기계적인 작동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표상적 측면과 기능적 측면을 뚜렷이 구별하기 힘들다는 특징을 갖는다. 또한, 보안제품 표면에 인쇄 또는 부착된 시각 요소들이 단순한 정보의 전달을 넘어 위변조 방지라는 제품 본연의 핵심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일반 시각 인쇄물과도 차이를 갖는다.

어떤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묘사해 내든, 그 속에는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다수의 요소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기능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 없고, 또 그 위조방지요소가 사용자에게 직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형태적인 고려가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미 산업디자인에서는 구세대적인 레토릭이 되어 버린 루이스 설리반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기능주의적인 격언이 보안 디자인에서는 아직도 유효하게 작용한다. 또는 여타 유형의 제품과는 좀더 다른 차원에서 기능적 측면과 표상적 측면 간의 밀접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다.

 

 

➌ 화폐에는 왜 인물이 주로 채택되어 왔을까?  - 표상적 측면

 

산업혁명과 컴퓨터 기술의 발달을 각각 분기점으로 해서 보안제품을 3세대로 구분했을 때(지난호 글 참조), 보안제품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건 대략 2세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기하학적이고 복잡한 문양, 그리고 특히 인물이나 풍경, 건축물 등의 구상적 소재들이 정교한 인쇄술의 발전과 함께 선화 형태로 재해석되어 보안제품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이다. 요즘은 약간 다른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기는 하지만, 지폐의 경우 국가적 존경을 받는 위인을 위주로 한 인물을 주 소재로 하는 것이 상당기간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인물일까? 그 나라의 랜드마크나 문명적 업적, 관광 명소 등 자랑할 만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그 오랜 기간 동안 건축물이나 풍경을 부제로 밀어내고, 인물이 주제의 역할을 거의 도맡아 온 배경은 무엇일까? 전술한 바와 같이 제품의 기능적 측면과 표상적 측면이라는 차원을 바탕으로 생각해볼 때, 인물이 국가적 정체성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주제라는 표상적인 차원의 이유가 주를 차지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진위 여부를 그나마 가장 직관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존재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 두 가지 측면을 각각 나눠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애초 인물이 본격적으로 화폐에 도입된 배경에는 인쇄술의 발전과 함께, 1920년경 전 세계를 휩쓴 공황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화폐의 신뢰성이 하락하면서, 발권기관 측이 화폐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인을 담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이후 정부가 자국의 어떤 위상과 위업의 강조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 인물의 유형 역시 다양하게 분화되어 왔다는 점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화폐에 인물을 도입하는 패턴 중 가장 빈번하게 보이는 경우로는 상이한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위인을 각기 다른 권종에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가 중시하는 가치를 함축적으로 표상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역시 이와 같은 도입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다른 위인이라도, 이들이 해당되는 분야가 좀더 좁은 범위로 한정된 경우도 있는데, 가령 미국 달러화의 경우에는 화폐에 도입되는 위인이 역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에 집중되는 사례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해당 국가가 자국의 위상 및 국가적 권위에 그만큼의 자부심과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시사하겠다. 한편 우리나라는 종종, 은행권에 도입되는 인물이 조선시대 위인으로만 국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언론이나 디자인 연구 등을 통해 제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재 발굴과 테마 구성을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할 점으로 판단된다. 시대에 변함없이 국가적인 추앙을 받는 위인이 존재하거나, 정권의 성격이 상당히 독점적인(? 전제적인?) 국가의 경우 모든 권종에 단일 인물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중국의 모택동 주석과 터키의 케말 아타튀르크 대통령, 또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동일인물이라도 이를 묘사하는 방식에 따라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날 수는 있는데, 가령 터키의 경우 고액권으로 넘어갈수록 아타튀르크가 정면을 바라보는 식으로 구도가 조금씩 바뀌는 탓에, 한동안 ‘돈이 없으면 아타튀르크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농담이 터키에서 유행했다는 일화가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회자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국 초기에 전 권종의 인물이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 단일화된 사례가 있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인물과, 이들이 그려내는 장면을 통해 일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62년에 잠깐 발행되었던 개갑 백환권이 이 유형에 해당된다. 특히 이는 특별한 위인을 통해 국가의 우수성을 표상하기보다, 개발도상국에서 국민들에게 뭔가 전하고자 하는 계몽적 성격의 메시지가 필요할 경우 보다 많이 채택되는 정책이다.

 


➍ 국가적 상징이 다는 아니다 – 기능적 측면

 

지난번 기고에서 필자는, 인지적인 면에서 인간의 시야는 크게 중심시야(Central Vision)와 주변시야(Peripheral Vision)로 나뉘고, 이 중 주변시야는 특정 물체보다는 환경의 핵심을 훨씬 빠른 속도로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일상 생활에서의 화폐는 본질적으로 거래 대상 자체가 아닌, 거래 환경을 성립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의 하나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고, 따라서 이를 인지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중심으로 한 ‘효율성’이 핵심적으로 요구되며, 그 결과 중심시야보다는 대부분 주변시야에 의존한 권종과 진위 여부의 인식이 이루어지기 십상이라는 점에서, 초보적이고 조악한 수준의 위조품이 통용될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안제품, 특히 화폐 디자인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신속한 진위식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 설계상의 가장 핵심적인 전제조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화폐 이외의 보안제품, 즉 수표나 증서, 상품권 등에는 왜 인물이 주제로 도입되는 빈도가 그렇게 드물고, 특히 구상적 성격보다 추상적 양식이 많이 쓰이는가 또는, 왜 유독 화폐에만(유통용이든 기념용이든) 인물(위인)이 그렇게 높은 빈도로 도입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 있는데, 일단 다른 어떤 보안제품보다 화폐의 저변성이 크고, 거래환경 특성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위 식별이 이루어져야 하는 축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점 역시 유추해볼 수 있다. 상품권이나 수표, 신분증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다수의 권종이 한꺼번에 오가는 화폐보다는 좀 더 꼼꼼히 살펴볼 시간적인 여유가 허락되지 않겠는가?

 

 

보안제품에 도입된 주제, 그리고 메시지 - 인물을 넘어 테마로

 

그러나 DTP 기술이 보편화되고, 복잡한 형상을 개인이 쉽게 스캔-복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인물 초상 자체가 갖는 위조방지효과는 그 의미를 잃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보안기술이 3세대로 접어들면서, 굳이 인물이 아닌 다른 주제를 통해 국가적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한 노력의 흔적을 여러 국가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최근의 화폐 디자인 트렌드에서 두드러지는 ‘테마성의 부각’과도 어느 정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 현상인데, 인물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소재가 뒷면 주제 또는 부제로 대폭 교체됨으로써 권종에 일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전 권종이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내게 하는 디자인 접근 방법이다. 비단 외국 사례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 새 은행권 과정에서도 10,000원권 뒷면에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보현산 천체망원경 등이 도입된 것이, 디자인 과정에서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성격을 어느 정도 반영하였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경향은 비단 보안제품에서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들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도 최근 중요한 이슈로 강조되고 있는 사항으로서, 제품 기획, 디자인, 마케팅 분야에서 빈번하게 언급되기 시작한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례로, 유로화가 등장하기 전인 1988년부터 10년간에 걸쳐 Ootje Oxenaar와 Jaap Drupsteen 등에 의해 디자인된(옥세나아르가 5굴덴, 드룹스테엔이 1000, 100, 25, 10굴덴을 디자인) 네덜란드의 구 굴덴권 시리즈는, 많은 화폐수집가나 네티즌들에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까지 여겨지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인물이나 건물 등의 실물을 일체 배제하고 추상적인 양식만을 주제로 채용하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은행권으로서는 드물게 인물이 배제된 이유를 굳이 유추해 보자면, 네덜란드는 일찍부터 개방적으로 전세계와 활발한 교류를 실시해 왔고, 국내적으로도 국민들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중시한 정책을 펼쳐 왔기 때문에, 전세계에 알려져 있고 강조되어야 할 자국의 아이덴티티가 진작에 확립되어 있었고, 또 그것이 자연스럽게 화폐 디자인에까지 반영되어 세계인들의 수긍과 사랑을 얻는 결과로 이어진 것 아닐까 한다.

 


스위스의 경우, 지난 2005년 12명의 디자이너를 초청하여 새 은행권 디자인 공모전을 실시한바 있는데, 당시 1등에 선정된 Manuel Krebs와 2등에 선정된 Manuela Pfunder의 작품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스위스 은행권 디자인 역시 세계적으로 특이함과 아름다움을 인정받는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되는데, 스위스 연방 은행은 당초 2010년을 발행 목표로 잡았다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2015년경으로 그 발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최근 디자인이 결정된 노르웨이의 화폐 시리즈는 ‘픽셀화’라는 독특한 모티브를 바탕으로 디자인이 이루어진 점이 눈길을 끄는데, 오슬로에 위치한 Metric System과 Snøhetta 디자인 팀에 의해 창출된 새 은행권 시리즈는, 노르웨이 특유의 오일 굴착장치, 해변, 섬, 등대, 항구 등의 실루엣을 픽셀로 처리하여 해풍을 모티브로 한 선화 패턴과 결합함으로써, 해양국가인 노르웨이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표상하였다. 참고로, 이 은행권 디자인 시리즈에는 ‘해변의 아름다움(The Beauty of Boundaries)’이라는 테마명이 붙었으며, 각 권종 뒷면을 가로로 나열하면 해안선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다채로운 모습을 나타내게끔 설계되었다.

 

이처럼 네덜란드의 특이하고 자유분방한 구 굴덴권 디자인과 새 노르웨이 은행권의 사례, 그리고 이를 통해 본 은행권 디자인의 ‘테마화’ 경향은, 디자이너에게 보안제품이 표상해야 할 ‘국가의 아이덴티티’와 관련된 몇 가지의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디자인에서 스토리텔링과 그에 따른 테마화의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은, 소비자 또는 사용자가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나 형태를 소구하는 단계를 넘어선 어떤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새 디자이너가 필수적으로 파악해야 할 니즈의 한 부분으로 확실히 자리잡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디자이너들은 마냥 무색무취해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강한 개성적 독단을 추구할 수도 없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요구받게 된다. 결국 전통적으로 디자이너에게 요구되고 디자이너들이 인정을 받아 온 ‘특수한 전문가’의 영역은 조금씩 무너지고, 인문사회학, 과학, 마케팅을 포함한 타 분야를 막론하여 자신이 디자인하는 제품을 쓰게 될 소비자와 디자인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콜라보레이션을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디자인 프로세스 및 그 속에서 디자이너가 맡아야 할 역할의 본질 역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화폐나 신분증과 같이 전 국민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제품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보다 민감한 주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좀 전에 언급한 화폐 디자인에서의 ‘테마화’현상은 기본적으로, 국민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다 싶은 소재를 조사해서 반영하는 디자인 정책보다는 좀더 완결된 형태의 기획 의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독립적이고 하향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그만큼의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보다 상시적이고 일상적인 국민과의 교류가 체계적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무언의 외교관’ 또는 ‘제 2의 국기’라는 보안제품에서 이루어져야 할 ‘함축적인 시각화’는 과연 ‘내수용’이어야 할까, 아니면 ‘수출용’이어야 할까? 산업, 문화, 기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화’가 어느새 당연하고 흔해빠진 얘깃거리가 된 지금, 과연 국가의 얼굴인 보안제품의 테마와 거기 포함될 소재는, 자국민을 우선적 대상으로 역사적인 자부심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아니면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에 한 번이라도 우리나라 돈을 구경해볼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될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여 우리나라의 역사적 성취 또는 문화/지리적 특성을 어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수집가들에게, 혹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긍정적으로 알릴 수 있는 소재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꼭 그것들은 ‘전통적인’ 것들 위주로 구성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지폐를 ‘단순한 지불수단이 아닌, 발행국의 영혼이 담긴 작품’으로 정의한 ECB 초대 총재 빔 다위센베르흐의 발언과 관련해서, 그 영혼의 바람직한 형태는 과연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직관적으로도 한눈에 알아보기 쉬울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계속 사용자에게 흥밋거리를 줄 수 있는 소재와 그 구성 방식은 어떻게 정립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를 찍는 한편, 이를 위해 적용될 수 있는 조사방법론 몇 가지를 다음 편에서 소개해 보고자 하는 약속을 끝으로 이번 호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출처 : 화폐와 행복 1+2, 세계 화폐 트렌드

글 엄정식 기술연구원 디자인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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