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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해외여행기 : 뉴올리언스 푸드 투어

by 한국조폐공사 2018. 4. 17.

뉴올리언스 푸드 투어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뉴올리언스' 여행


이것은 지난 가을의 미국여행 이야기.

추석 연휴에 시애틀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로 약속하고는 지도 앱을 열어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들과 이어봤더니 로스엔젤레스-뉴올리언스-포틀랜드-시애틀이라는 동선이 완성되었다. 4개 도시 4개 주를 넘나드는, 내가 봐도 이상했던 이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중에서도 뉴올리언스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나 셰프 안소니 부르댕의 'No Reservations‘

를 보며 몇 년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부에 온통 뉴올리언스 케이준 스타일이라 적힌 치킨가게를 좋아하던 중학생 시절부터 이 여행을 꿈꿔온 지도 모르겠다. 


로스엔젤레스 여행을 마치고 7시간을 이동해서 늦은 밤 뉴올리언스 공항에 도착했다. 재즈가 흐르는 공항은 그 이름을 보고나니 더 설렌다. ‘루이암스트롱’ 공항이라니. 빨리 공연장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내 생의 첫 베네


다음날 아침, 베네(beignet, 프랑스식 도넛)를 먹으러 가서 이 곳에서의 일정을 짜기로 했다. ‘Cafe du Monde’에서 갓 튀겨낸 베네를 받아드는 순간,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주인공이 아빠처럼 유명한 셰프가 되고 싶어하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 곳의 베네를 사주며 “생애 첫 베네는 다시 못 먹어.”라 말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기대를 잔뜩 안고 한입 베어 문 내 생애 첫 베네는 따뜻하고 바삭하며 쫄깃하다가 포근하고 담백했다.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가득 뿌려준 슈가파우더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건 내 검은 옷이 슈가파우더로 얼룩져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 맛,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내게 너무 맛있지 않냐며 말을 걸 정도의 맛, 다음날 기꺼이 다시 찾아가게 만드는 그런 맛이었다. 함께 주문한 카페오레는 치커리와 커피를 함께 블렌드해서 만들었다는데 베네와 아주 잘 어울렸다. 


  



프랑스인들의 거리 '프렌치 쿼터'

이후 본격적인 여행은 프렌치 쿼터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은 야자수가 줄지어있고, 스트리트카라고 불리는 트램이 쉼 없이 다니며 늦은 시간까지 아주 번화한 대로와 맞닿아있다.

프렌치쿼터는 18세기 초 프랑스인들이 정착했던 지역으로 곳곳에 프랑스의 흔적이 남아있다. 버번스트리트와 로열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예쁜 발코니가 있는 오래된 건물이 쭉 늘어서있고 개성이 넘치는 예술가들이 거리에 가득해서 구석구석 둘러보게 된다.



미국은 19세기 초에 루이지애나를 프랑스로부터 구입했는데 이 지역은 이전에 스페인의 식민지이기도 해서 복잡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이국적이고 다양하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케이준과 크레올


이러한 문화는 음식에도 영향을 미쳐 이 곳의 음식은 크게 케이준(cajun)과 크레올(creole)로 나뉜다고 한다. 케이준은 프랑스의 전통에 미국 남부 문화가 더해진 스타일을 특징으로 한다. 미시시피강 곡창지대에서 생산한 쌀과 돼지고기, 해산물을 주재료로 해서 마늘, 양파, 고추, 겨자, 샐러리 등을 넣어 진하고 기름지며 강한 맛이 특징이다. 크레올은 뉴올리언스에 정착하게 된 프랑스와 스페인 등에서 온 사람들이 이들의 케이준 음식에 좀 더 섬세하고 다양한 음식 문화를 더한 요리법이라고 한다. 

두 요리에는 게, 새우, 굴, 가재, 생선, 돼지고기, 소시지, 콩, 오크라 등 많은 공통된 재료들이 사용된다. 같은 음식도 조리방식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잠발라야의 경우 크레올은 토마토를 써서 붉은 색이 돌고, 케이준은 고기에 야채와 설탕이 들어가서 갈색을 띄는 식이다. 

거리에는 저마다 케이준과 크레올을 크게 적어놓고, 해산물을 튀겨 빵 사이에 넣은 포보이, 해산물과 쌀을 넣고 오래 끓여낸 검보, 쌀에 닭고기나 햄, 야채를 넣어 볶아낸 잠발라야, 밥 위에 해산물 스튜를 얹어내는 에투페 등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했다.

이 곳에서 몇 번의 식사를 하고서는 어떤 음식을 골라도 익숙한 맛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극적이고 진한 맛이 우리나라 음식과 닮아있는데다 타바스코가 이 곳에서 탄생한 만큼 매운 맛도 강하기 때문이다.


  

  



재즈클럽 'Preservation Hall'

프렌치 쿼터에는 많은 재즈클럽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역사가 깊은 곳은 ‘Preservation Hall’이다. 아주 낡고 허름한 건물은 문이 열리는 순간 프렌치 쿼터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공간이 되었다. 연륜이 지긋한 6명의 루이암스트롱들은 피아노, 색소폰, 트럼펫, 클라리넷, 튜바, 드럼 등의 악기를 자유롭게 다루며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다. 



오래된 아름다움 '가든 디스트릭트'

뉴올리언스의 또 다른 모습은 가든 디스트릭트에서 볼 수 있었다.

프렌치 쿼터가 프랑스인들의 거리였다면, 가든 디스트릭트는 미국인들이 만든 거주지역이다. 19세기 중반부터 후반에 걸쳐 남부 특유의 양식으로 지은 주택들이 줄지어 있다.

100년이 넘은 참나무가 우거져있어 오래된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이렇듯 뉴올리언스는 여느 미국의 도시와는 다른 분위기 덕분에 더 기억에 남는다. 이 곳을 다시 찾아도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재즈 페스티벌이나 마디그라 축제기간에 맞춰 가보고 싶다. 

떠나오기 전날 밤, 두 번째 재즈공연을 보고 한껏 들뜬 마음으로 강가를 걷고 있는데 시애틀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엄청난 계획을 세우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동안 여러 고민과 걱정으로 무거웠던 내 마음은 어느새 가벼워져 있었다.



출처 : 화폐와 행복 2018. 3+4 『뉴올리언스 푸드 투어』 

글, 사진 : 한국조폐공사 보안제품사업단 문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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