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스위스 화폐디자이너 로저푼트를 만나다(인터뷰)

by 한국조폐공사 2015. 9. 21.

 

 

로저 푼트는 1943년생으로 스위스의 그래픽 아티스트이다. 1969년 스위스 국립은행 화폐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하였으며 프랑스 프랑, 유로화, 스위스 여권 등 다수의 제품을 디자인 하였다.

 

 

화폐 디자이너로써 나의 주요 관심사는 미적 요소와 기능적 가치의 접목이다. 어떻게 하면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정신을 잘 나타내면서, 위조방지 기술을 디자인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접목 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특히 스위스 은행권이 나를 매료시켰다. 은행권 권종마다 액면숫자 옆에 A부터 H까지 단계적 위조방지를 위한 특수기법이 디자인의 일부처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조방지 기술의 발전상이 한 눈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스위스 KBA-NotaSys 채문디자인프로그램(One Security Plus) 교육출장 기간 (7.13~24) 중 스위스 은행권 및 스위스 여권을 디자인한 로저푼트(Roger Pfund)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로저푼트는 기존의 구상적 형식을 파괴하고, 보안 기술에 있어 미적 요소를 한 단계 발전시킨 스위스 디자이너이다. 로저푼트 아틀리에(atelier)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73세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왕성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온화하면서도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고, 섬세하고 엄격한 그의 디자인과 달리 인간적인 풍모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로저푼트와의 면담 내용 요약

 

Q 스위스 은행권 및 여권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graphic designer, Banknote designer, architecture designer, painter, photographer 등 매우 다양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데, 본인을 소개한다면?
A 나는 어떤 특정 디자인 분야에 고여 있기를 거부하며, 따라서 특정한 디자이너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창작한 모든 작품 활동이다.


 

Q 어떤 계기로 디자이너가 되었나?
A 27세에 스위스 국립 은행 주최인 통화 디자인 콘테스트에 입상한 계기로 본격적인 디자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대학 시절에 기하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기하학을 수강하였으며, 수학은 디자인의 일부이자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보안 디자인(Security design)에 있어 미적 가치와 기능적 가치 중 우선을 두는 것은?
A 은행권의 앞, 뒷면의 가치를 논할 수 없듯이, 미적 가치와 기능적 가치의 우선순위를 논할 수 없다. 시계의 양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야만 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보안 디자인에서 미적 가치와 기능적 측면을 항상 동시에 고려하며 작업을 한다.


Q Roger Pfund 아틀리에 소개를 해 달라.
A Roger Pfund 아틀리에는 디자인 관련 작업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으로 그래픽 디자이너 10명, 건축가 1명, 이미지 전문 researcher 1명 등이 있다. 디자인 이외 위조방지 기술 등 기술적 작업은 KBA-NotaSys, KURZ, Securency, SICPA, Orell Füssli 등과 협업을 한다. 나의 아들과 딸도 아틀리에서 근무 중이며, 조만간 은퇴하면 아들에게 아틀리에의 경영을 맡길 생각이다. (아들은 디자이너가 아니다.)


 

Q 보안 디자인(Security Design)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A 주제(Theme)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한 예로, 수학자를 은행권에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학자에 대한 피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자의 학문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그 사람의 업적에 대해 공부하고, 그것을 시각화시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각각의 디자인 요소는 동일한 가치를 지녀야 하며 이 동일한 가치는 일괄적인 패턴, 즉 unity in security design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Rofer Pfund 주요 작품 소개

 

 

 

대표적인 작품으로 1969년 스위스 은행권, 1980~1997년 유로화 출범 이전 마지막 프랑스 프랑 및 2003년 스위스 여권이 있다.

스위스 여권, 2003

 

유로화 시대별

 

유로화 패턴

 

프랑스 은행권

서양 미술사조를 그리스 로마,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19세기, 20세기로 구분하고, 시대별 특징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였다.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나 그 당시 은행권 기술로써는 디자인에 대한 보안 기술을 충실히 표현하기가 어려워 발행 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Abstract & Modern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20세기 마지막 시대에 미술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몬드리안, 칸딘스키, 미로 등 7인을 선정하여 7가지 은행권으로 작업하였다. 7명의 인물을 7가지 은행권으로 디자인한 것에 착안하여, 각 은행권에는 총 49개의 위조방지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Q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요즘 디자이너들은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이해 없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에 의존하여 작업을 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러한 태도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또한, 기존 작업이나 생각의 틀에 고정되지 않고, 항상 열린 마음(openness)으로 영감을 얻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로저푼트는 면담 내내 와인 잔을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시종일관 미소 짓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숙성 기간을 거쳐야만 고유의 향과 맛을 온전히 뿜어내는 와인처럼, 디자인 역사에 이름을 올곧이 세긴 노장 디자이너의 눈빛과 말투에서 그 만의 색채가 거침없이 느껴졌다.


면담에 응해준 로저푼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

 

 

 

출처 화폐와 행복 9+10, 『초대석 : 로저푼트 인터뷰

글 김재민 기술연구원 디자인연구센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