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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2015, 3+4 "중남미 16박 주마간산기"

by 한국조폐공사 2015. 4. 20.


타임머신을 타고 청년의 나이로 돌아가 키 만한 배낭을 메고 70년대 모습을 여행한다면 어떨까….

콜롬비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16박 중남미 배낭여행 계획을 세웠다. 나는 자녀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어떠한 여행계획에도 불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들의 여행계획은 황당했다. 최소의 가격으로 최대 관광 하는 것이 배낭여행의 멋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최저가 숙소를 정하고 이동수단은 총 70시간을 넘게 버스로 이동하는 등 나이 50에 들어서는 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을 알아보니 1인당 천만원 이상의 비싼 여행경비가 예상되어 아들의 배낭여행 계획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페루여행을 시작하면서 고산병으로 몸이 힘들어 숙소에서 쉬기만을 기대하였으나 화장실에는 변기 커버가 없고, 샤워실 물은 잘 나오지 않아 씻을 수 없으며 방은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음날 불편한 버스로 17시간 이동하는데 극한 극기 훈련과도 같았다. 이런 여행일정을 세운 아들이 야속하여 “나는 고산증도 심하고 몸이 힘들어서 호텔로 가야겠다! 엄마 나이를 생각해 줘야지!” 하며 여행일정을 바꾸라고 화를 냈다. 그러나 아무말도 하지 않고 엄마의 투정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문득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아들 딸은 이러한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보니 17시간동안 버스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차 창밖으로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며 대화도 나누고, 다운받아 놓은 영화도 보다가 잠으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또한 숙소에서는 샤워시설이 불편하면 간단히 씻고 방이 추우면 옷을 두껍게 껴입고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잠자리에 눕는다. 심지어 딸은 엄지발톱이 빠졌는데도 아프다 소리 한번 안하고 빠진 발톱을 보여준다. 이럴수가….

여행에 푹 빠져있는 아들 딸한테 내 나이 50이라며 투정부렸던 시간들이 미안했다.

마음을 다잡고 마추픽추에 도착했는데 “엄마 힘들게 오니깐 마추픽추가 더 아름답지 않아요?” 하는 것이다. 불평 한마디 없이 환경에 적응하며 행복해하는 젊은이가 내 자식이고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다.


그 이후로 자녀들이 세운 계획대로 좋은 잠자리를 찾기보다 젊은이의 사고로 배낭여행을 즐겼다.


아름다운 경치에 나는 함성을 지르게 되었고 검색해 놓은 맛 집을 찾아 음식을 먹으며 “맛있다!!”라고 외치는 순간 아들 딸은 “미션성공!!”하며 행복해 한다.


젊은이가 즐겨 입는 옷을 입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젊은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 앞에 펼쳐있는 아름다운 자연도 일출의 태양처럼 웅장하고 뜨겁게 다가온다.


볼리비아 티티카카 호수에 태양과 가장 가까이 위치해 ‘태양의 섬’이라 하는 그곳에서 2015년 새해를 맞이했다. 젊은이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나이 50 입성이 두렵지 않았다. 


소금사막으로 유명한 우유니 사막에서 찍은 풍경은 마치 작가의 사진처럼 훌륭한 작품이다. 우리나라 경기도 넓이의 우유니 사막에는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540만톤)이 매장되어 있다. 현재 이곳을 두고 살벌한 자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자원이 풍부한 볼리비아에 세계 이색 호텔로 유명한 소금으로 만든 호텔이 우유니사막 중앙에 위치해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며 미리 예약 해둔 소금호텔에 들어섰다. 건물부터 시작하여 침대며 소파며 부대시설까지 소금으로 만들어져 있는 호텔에서 잊지 못할 하루 밤을 보냈다.


키 만한 배낭을 메고 내 앞을 걸어가는 청년을 보면 얼굴을 보지 않아도 한국인임을 느낌으로 안다. 배낭여행하는 한국 청년을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우리와 비슷한 일정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결코 돈이 없어서 커다란 배낭을 메고 힘든 여행을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귀한 자식일수록 세계로 떠나보내라고 말하고 싶다. 건강한 정신으로 세계를 여행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아가는 우리

나라 젊은이들 모습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 중 내 몸에 불필요한 체지방이 빠지면서 내안에 인생 배낭을 끄집어 보았다. 대접받으려고만 했던 오만과 미움, 질투, 사치 같은 잡동사니들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제 중년을 시작하는 나의 인생, 인생배낭을 새롭게 꾸려본다. 오만이 차지했던 자리에 겸손을 넣고, 미움과 질투의 자리에 사랑과 배려로 교체하고 사치도 절약으로 바꿔 돈을 벌기위한 욕심이 아닌 인생을 아름답고 가치 있게 꾸려서 앞으로 살아갈 50년을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딘다.



출처 화폐와 행복 3+4, 『기자수첩

글 정미숙 ID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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