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100만원” 나이 50세. 중국어도 모름.
영어도 짧음(단어수준). 단신 배낭여행!
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작년 중국 윈난 성(곤명)여행에서 알게 된 중국현지 여행사 “김투어”를 만나면서 이번 여행이 시작되었다. 산과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차마고도, 호도협, 옥룡설산, 여강 고성을 여행하기로 마음을 먹고 동행자를 섭외하였다. 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고민하는 나에게 여행사는 ‘말 한마디 않고 하는 중국여행’을 제안했고 이것은 나의 도전정신에 도화선으로 작용하였다.
1월부터 여행을 위해 저가항공권을 검색하여 왕복티켓(378,000원/1회 경유)을 구매하면서 여행계획을 수립하였다. 여행계획 세우고 두달 내내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주변 지인들도 다들 가지 말라고 권유하는 통에 더욱 내 맘은 불안하기만 하여 계속해서 여행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 문제 없는 거지?” 그들의 답은 한결 같았다. “걱정 말고 오세요. 곤명공항에서 만나요.”
답답하기만 한 나는 핸드폰에 중국어 번역어플을 깔고 출발 일주일 전에 16개 국어 번역 칩을 구입하고 최소한의 짐으로 배낭을 꾸리고 집을 나섰다. 여행의 시작이다.
첫째 날(3월22일. 일)
김포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올라 2시간여 만에 북경에 도착하였다. 짧은 대기 시간 후에 다시 수속을 밟아 곤명행 비행기에 올랐다. 3시간 반 만에 곤명(쿤밍)에 도착하여 현지 여행사를 만나 세부적인 나의 일정을 확인하고 곤명시내에 있는 24시 사우나에서 1박과 석식, 조식을 해결하니 하루가 지났다.
둘째 날(3월23일. 월)
숙소에서 택시로 곤명 역으로 갔다. 역에 들어가면서 두 번의 검문검색을 하고 여권소지자(외국인 전용) 창구로 가서 사진으로 찍어둔 기차티켓 예약번호와 여권을 제시하고 기차표(1등침대)를 찾아 기차에 오르니 한 칸에 좌우 1, 2층으로 되어있는 침대칸이다. 8시간 반 만에 여강(리장)역에 도착하여 비엔바오(6인승 봉고) 차량을 찾아 내가 묵을 객잔 이름과 주소를 보여주고, 출발 30여분 만에 숙소(충일시장) 앞에서 내리니 여관 관계자가 나를 기다린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어야 하기에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이곳의 맛집으로 날 데려가 맛난 음식을 시켜달라 부탁을 하고 전화기를 건네주고 안내를 받아 시원한 맥주한잔과 맛난 저녁을 먹었다. 『다 살 수 있는 길이 있다. 』
저녁식사 후에 리장 고성 여행을 나섰다. 온통 미로같이 복잡하다. 길을 잃을 듯하여 지나가는 곳의 특징적인 것을 사진으로 남겨놓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고성여행을 하고 객잔으로 돌아와 잠을 잤다. “이곳까지 온 것도... 고성안을 관광한 것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에 새삼 흐뭇하다.
셋째날(3월24일. 화) 차마고도 트레킹......
“따르릉” 알람이 울리고 객잔에서 아침을 먹고 객잔관계자의 손에 끌려 버스에 오른다. 두 시간 반을 달려 차마고도 입구인 교두정에 도착했다. 차량검문을 하고 입장료를 받는 여인과 남자 같은 여인이 올라와 나에게 여행사 사진을 보여준다. 헉! 내 산악 가이드다. 35세 호도협 거주 기혼 여성.. 남자 같다. 짧은 인사를 하고 트레킹에 나섰다. 큰 고개(두시간 소요)를 넘어 차마 객잔에 도착하니 점심이 걱정이다. 가이드와 손짓 발짓 끝에 볶
음밥과 맥주를 주문했다.(음식 시키기 정말 어렵다. 번역기 소용 없다.) 이번 트레킹의 가장 힘든 코스 28벤드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또 하나 큰 산을 넘어가니 우측으로 장엄한 옥룡설산이 꽉 차온다. 우와....... 이것이 5000미터급 산의 위용인가? 대단하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이 한순간 가뿐해 졌다. 중도객잔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옥룡설산이 한눈에 꽉 차는 테라스에 앉아 차를 마신다. “넋이 나간다고 말하던가!” 그냥 좋다. 이곳 중도객잔은 화장실이 유명하다. 화장실에 앉아 밖을 바라보면 옥룡설산이 다 들어온다. 세계에서 이곳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또 하루가 간다. 참 말도 안 되지만 여기까지 혼자 왔다.
넷째 날(3월25일. 수) 차마고도. 중호도협 트레킹......
새벽 4시 어둠속에서 잠을 깼다. 6시가 되니 밖이 환해진다. 창문을 여니 옥룡설산을 용 두 마리가 휘어 감고 있다. 구름이 마치 용 같다. 환상이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아침식사 후 트레킹에 나선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쉬운 코스다. 산허리를 돌고 도는 트레킹... 깍아지를 듯 한 절벽사이 길을 돌고 천 길 낭떠러지 돌길을 지나 진관폭포에 이른다. 이곳을 지날 때는 바위가 떨어질 위험이 많다. 산위에 사는 양이 돌을 굴려 위험천만하다. 조심하라. 빠르게 위험지역을 지나 티나 객잔으로 내려왔다. 티나 객잔에서 호도협이 보인다. 시원하게 맥주한잔을 마시고 짐을 맡기고 중호도협으로 내려갔다. 절벽길 사이사이로 내려가니 밀어닥치는 물길 소리가 내 가슴을 밀어버린다. 시원하다. 겁이 난다. 한참을 물길 앞에 앉아 여러 생각을 해본다.
다시 세 번을 쉬어 티나 객잔으로 왔다. 점심을 먹고 오후 3시 반, 가이드가 손짓을 한다. 버스를 타라는 것이다. 세대에 나누어 출발해서 호도협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아래로 절벽 끝 강이 흐르고 위로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바위들이 걸려 있다. 도로 중간 중간에 큰 바위가 길을 막기도 하고 길이 무너져 한 쪽밖에 없는 길도 있다. 그렇지만 강을 내려다보는 눈은 즐겁다. 다시 리장 고성으로 돌아왔다. 오후 6시 객잔에 짐을 풀고 빠르게 샤워를 하고 엊그제 못한 리장 고성관광을 하기로 맘먹었다. 고성이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을 찾기 위해 꼬치구이, 떡을 사먹으며 이리저리 골목골목을 누비었다. 어둠이 내린 고성은 또 다른 세계로 변신을 했고 요란한 음악과 춤, 많은 사람들, 한참을 걷다보니 길을 잃고 말았다. 미로 같은 골목길이니 그럴 만하다. 30분을 헤매다 북치는 여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 찾았다. 엊그제 사진을 찍어둔 곳이었다. 힘든 하루가 또 저물어 갔다. 결국 고성이 내려다보이는 찻집은 찾지 못했다. 으으으
다섯째날(3월26일, 목) 옥룡설산, 운산평, 람월계곡, 백수하 관광
아침에 벨이 울리고 또다시 가이드가 손을 잡아 비엔바오차량에 날 태운다. 옥룡설산 관광 후 여강역으로 데려다 달라하자 30원을 더 달란다. 입구에서 입장료와 버스이용료를 내고 다시 이동하여 케이블카 표를 구입해 주며 날 맨 앞쪽으로 데려다 준다.(새치기.....미안했다. 중국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내려올 때까지 기다린단다. 세 시간을 기다려 4500미터 옥룡설산 전망대에 오를 수 있었다. 약간의 어지러움과 숨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고 다른 이들은 휴대용 산소를 흡입하고 있었다. 구름이 잔득 낀 설산은 정상을 볼 수가 없었고 만년설이 있는 빙천공원 또한 산행은 할 수가 없었다. 산행을 포기하고 운산평을 택해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올랐다. 전동차들이 기다리고 있으나 걸어가도 얼마 안 걸린다고 해서 걸어서 한 바퀴 돌았다. 약 4000미터 정도에 넓은 평야이다. 양과 말이 자연스럽게 풀을 뜯고 뒤로는 옥룡 설산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숲은 이끼로 가득차 있고 나무들도 이끼 옷을 입었다. 밀림 속에 온듯하다. 참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입구로 나가는 버스 안에서 람월계곡과 백수하를 구경하였다.
아쉬움을 남긴 체 여강역으로 택시를 몰았다. 한 번의 검문검색 후 역안으로 들어와 기차표를 끊고 두시간을 기다려 기차에 올랐다. 특실이 없는 터라 문도 없는 일반석(3층으로된 침대칸) 이었다. 좁은 공간에 몸을 맡겨 8시간 반 만에 다시 곤명으로 돌아왔다. 죽을 맛이다.
여섯째 날(3월27일. 금) 귀국일
오전 8시 곤명 역에 하차하고 김투어를 만났다. 오후 한 시반 비행기라 곤명시내에 있는 금전을 관광했다. 곤명의 왕이라 부르는 사람의 사랑 전설이 있는 곳. 세계에서 동(銅)으로 만든 최대 건축물(집)이 있는 곳. 이곳을 잠시 들려 관광을 하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출처 : 화폐와 행복 5+6, 『여행일기』
글 박영삼 제지본부 생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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