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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여행의 즐거움> 신선이 다스리는 마을, 단양

by 한국조폐공사 2018. 11. 16.

신선이 다스리는 마을-단양 


오한결/여행작가



충북 최북단에 위치한 단양은 소백산 자락에 남한강이 흘러들어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단양(丹陽)의 지명은 ‘연단조양’(鍊丹調陽)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연단(鍊丹)은 신선이 먹는 환약이며, 조양(調陽)은 빛이 골고루 따뜻하게 비친다는 뜻이다. 즉 단양은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 좋은 고을’을 의미한다. 단양에서는 예로부터 절경으로 손꼽혀온 오래된 명소부터 새롭게 떠오르는 이색적인 관광지까지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신선도 머물 만큼 산 좋고 물 좋은 단양의 풍경 속에 흠뻑 취해보자. 


단양 제일의 비경, 도담삼봉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세 개의 봉우리를 ‘도담삼봉’이라고 한다. 도담삼봉은 단양을 상징하는 명승지로 단양팔경 중 제1경으로 손꼽힌다. 도담삼봉의 가운데 봉우리는 남편봉이라 불리고, 왼쪽 봉우리는 처봉, 오른쪽 봉우리는 첩봉이라고 한다. 처봉은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들인 남편이 미워 등을 돌리고 있고, 첩봉은 애를 밴 듯 배가 부풀어 올라있다. 봉우리의 생김새와 이름이 제법 잘 어울려 선조들의 그럴듯한 상상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도담삼봉에는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강원도 정선의 삼봉산에 있던 것이 홍수로 인해 단양으로 떠내려 오자 정선의 관리들은 해마다 단양에 삼봉에 대한 세금을 징수했다. 이를 부당하게 생각한 소년 정도전은 삼봉이 남한강의 물길을 막고 있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으니 도로 가져가라 하여 더 이상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정도전은 이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지을 만큼 도담삼봉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도담삼봉은 물안개가 피어나는 이른 새벽과 해가 뉘엿뉘엿 지는 일몰 무렵이 특히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유람선이나 모터보트를 타면 도담삼봉을 눈앞에서 가까이 살펴볼 수 있다. 도담삼봉이 보이는 액자 프레임 포토존에서는 기념사진 남기는 것을 잊지 말자.  


자연이 빚어낸 작품, 단양 석문

도담삼봉에서 상류로 200m를 거슬러 올라가면 단양팔경 중 제2경인 ‘단양 석문’이 있다. 가파른 계단에 올라 숲속을 따라 걷다 보면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돌문이 짠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단양 석문은 석회동굴이 무너진 후 동굴 천장 일부가 남아 현재의 모습으로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구름다리 모양의 돌기둥으로 이뤄진 석문을 바라보면 자연의 절묘한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석문의 규모는 아시아에서 가장 크며, 그 너비가 15~20m에 달한다. 뻥 뚫린 석문을 통해서는 옥빛의 남한강과 평온한 도담리 마을의 전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담긴다. 

석문 왼쪽 아랫부분에는 마고할미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작은 동굴이 있었다. 마고할미는 무속신앙에서 숭배되는 신선 할머니로, 하늘나라에서 물을 길어 내려왔다가 강가에 비녀를 떨어뜨리고 만다. 비녀를 찾기 위해 강가 주변의 흙을 팠는데 이것이 99마지의 논으로 변했다. 마고할미는 단양 풍경에 매료되어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술과 담배를 즐기며 오랫동안 살았다고 한다. 석문 근처에서는 술병을 들고 긴 담뱃대를 물고 있는 마고할미 바위를 찾아볼 수 있다.


하늘과 맞닿은 곳, 카페산 

‘카페산’은 해발 600m의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카페로, 단양을 방문하는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핫플레이스다. 대중교통으로 연결되지 않고 좁고 구불구불 경사진 산길을 헤쳐가야 도착할 수 있지만 카페에서 펼쳐지는 매혹적인 풍광을 만끽하러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닿는다. 카페에 도착하면 굽이굽이 이어진 능선과 마을을 관통하는 물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그 광경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카페테라스에 앉아 단양의 사랑스러운 풍경을 눈에 담으며 커피 한 잔을 머금으면 행복감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카페 밖의 전망대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의자들이 놓여있어 단양 전경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기에 좋다. 

카페 옆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늘어서 있다.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 카페산에서도 예약이 가능하다. 장비를 착용하고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체험 비행을 할 수 있다. 전문가의 신호에 맞춰 있는 힘껏 활공장 끝을 향해 달리면 몸도 마음도 두둥실 떠오른다. 하늘을 날면서 내려다본 풍경은 또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주말에는 수많은 패러글라이더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하늘을 오색빛깔로 수놓는다.  


하늘 길을 걷는 듯한 만천하 스카이워크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기막힌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2017년 개장하자마자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단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해발 320m에 지어진 전망대로 우주선을 닮은 둥근 철물 구조가 인상적이다. 정상에 닿으려면 달팽이집처럼 생긴 나선형 보행로를 따라 뱅글뱅글 올라가야 한다. 사방이 뚫려있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달라진다. 스카이워크 꼭대기는 구멍이 뚫린 철제 바닥과 투명한 유리 바닥으로 이뤄져 있다. 발밑을 내려다보면 유유자적 흐르는 남한강에 아찔해지고, 하늘 위를 직접 걷는 듯한 짜릿함도 느껴진다.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는 삼족오 모양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소백산과 남한강이 어우러진 수려한 단양 경관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며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만천하 스카이워크에는 짚라인과 알파인코스터도 있다. 짚라인은 와이어로프를 타고, 알파인코스터는 모노레일을 타고 상쾌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스릴감 넘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유유자적 산책하기 좋은 단양강 잔도 

만천하 스카이워크가 세워진 만학천봉 절벽 아래에는 단양강 잔도가 조성되어 있다. 잔도는 다니기 힘든 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나무 선반을 줄로 엮듯이 만든 길을 일컬으며 중국 장가계의 잔도가 유명하다. 단양강 잔도는 상진대교에서 만천하 스카이워크까지 남한강변을 따라 길이 1.2km에 폭 2m로 만들어졌다. 차분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잔도를 따라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겨본다. 강바람이 양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호젓한 풍경이 두 눈에 가득 담긴다. 절벽에는 물푸레나무, 회양목, 구절초 등 다채로운 식물들이 숨어 있으니 경치를 음미하며 걷는 것이 좋다. 길 중간에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다. 단양강 잔도는 낮에는 여행자들이 명소가 되고, 밤에는 현지 주민들의 산책로가 된다. 해가 떨어진 후에도 밤 11시까지 조명이 켜져 늦게까지 걷을 수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고수동굴

‘고수동굴’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회동굴로 천연기념물 제256호에 등재되어 있다. 동굴의 길이는 총 1.395km며 그중 공개된 구간은 940m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한 후 입장하면 고수동굴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재빠르게 눈으로 훑어본 후 본격적인 동굴 탐험을 시작한다. 

동굴에 들어서면 가느다란 빛이 발길을 비추며 촉촉하게 젖어있는 통로를 따라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는다. 몸은 최대한 작게 접은 채 좁은 계단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만 귓가에 들려온다. 동굴 깊숙이 들어갈수록 태초의 시간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고수동굴은 선사 시대 주거지로 쓰였으며 5억 년의 연륜이 쌓인 증거가 동굴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이 동굴에 빼곡하게 채워졌고 사자바위, 천지창조, 황금주 등 독특한 형상에 어울리는 이름도 갖췄다. 고드름처럼 여기저기 멋스럽게 늘어선 종유석은 수억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예술품이라 할 만큼 감탄을 자아낸다. 동굴 안에는 아시아동굴옆새우, 고수갈르와벌레, 고수유령거미 등 46종의 다양한 생물들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동굴 내부는 항상 15도로 유지되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방문자를 맞이한다.   


단양의 먹거리가 모인 단양구경시장 

‘단양구경시장’에서는 단양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다채롭고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단양의 명물은 단연코 마늘이다. 순대, 떡갈비, 만두, 불고기, 닭강정 등 일상적인 음식에 마늘향을 더해 특색 있는 요리로 업그레이드했다. 여러 가지 음식에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마늘 요리를 찾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늘로 가득한 식사로 한 끼를 먹었다면 다른 한 끼는 싱싱한 생선 요리로 눈길을 돌려보자. 물 맑은 남한강에서 잡힌 민물고기가 들어간 동자개매운탕, 쏘가리매운탕, 쏘가리회 등도 이곳에서 맛보아야 할 별미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오면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뜨끈한 쏘가리매운탕이 제격이다.



사보 <화폐와 행복> 11+12월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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