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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광주 카페 문화 중심지 동명동 산책

by 한국조폐공사 2021. 9. 27.

공간 산책⑤ 

광주 카페 문화 중심지 동명동 산책

글·사진 김혜영(여행 칼럼니스트)

광주영상복합문화관 옥상에 설치된 '뷰폴리'. 전망대가 설치돼있다. 포토존 역할도 한다. 

광주 동구 동명동이 신선한 여행지로 뜨고 있다. 몇 해 전부터 학원이 밀집했던 주택가에 카페거리가 만들어지면서부터다. 카페거리는 지금도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광주 대표 원도심인 동명동에 왜 카페거리가 생기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골목을 구석구석 산책하며, 여행자의 발길을 끄는 매력 포인트를 찾아봤다.  

광주 원도심 동명동 변천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광주에 도착해 동명동 브런치 카페부터 들렀다. 콥샐러드가 유명하다고 해서 점찍어둔 곳이다. 동명동 카페거리 중심에 있는 ‘코발트’라는 카페인데, 외관이 유럽 주택 같다. 새로 지은 건물 같지 않아 주민에게 물어보니, 원래는 살림집이었는데 어학원으로 사용되다가 올해 카페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카페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 벽만 일부 뜯어냈다고 한다. 뜯다 만 흔적을 일부러 남겨 두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코발트는 동명동 카페거리의 변천사를 잘 보여주는 역사의 증인 같은 존재였다. 

▲ 브런치 카페 '코발트'. 외관이 독특해 눈에 띈다. ▲ 브런치 카페 '코발트' 인기 메뉴인 쿱샐러드


1970~1990년대 동명동에 부자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도 골목에 고급 단독주택이 많고, 거리가 매우 말끔하다. 그런데 아파트를 선호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주민들이 신도심으로 많이 이사를 나갔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동네 분위기가 침체하기 시작했고, 이후 학원들이 자리잡게 됐다. 교육열 높은 엄마들은 아이를 차에 태우고 이 학원 저 학원 데리고 다녔다. 학원에 아이를 들여보낸 엄마들이 카페에서 대기하다 보니, 카페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지금의 동명동 카페거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주택과 학원이 혼재돼 있는 동명동 골목 풍경


이곳에서 9년째 주먹밥 식당을 운영하는 ‘맘스쿡’ 사장은 카페가 점점 많아지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반면 몇 해 전부터 학원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엄마들도 동명동을 떠나기 시작했다며 한숨지었다. 엄마들이 아이들과 학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먹을 주먹밥을 많이 사 갔는데, 학원 이전으로 단골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엄마 손님은 줄었지만, 대신 카페거리를 찾는 젊은 손님이 늘고 있으니,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틴다고 했다. 주택가였다가 학원가였다가 카페거리로 변모하고 있는 동명동.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알 수 없지만, 카페거리는 왠지 오래 유지될 것 같다.

개성이 생존 전략인 동명동 카페들   
동명동 카페거리는 유명한 프렌차이즈 카페가 들어와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아니고, 시에서 계획적으로 카페거리를 만든 것도 아니고, 커피의 대가가 이곳에 카페를 창업한 것도 아니다. 원도심의 숙명처럼 신도심 개발 여부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다가, 자연스럽게 지금의 카페거리가 만들어졌다.   

▲ 카페인지 가정집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동명동의 카페 ▲ 동명동에 남아있는 한옥을 카페로 고쳐 지은 '온화'

 

카페들이 대부분 기존 주택을 고쳐 사용한다. 그래서 카페인지 가정집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철 대문을 그대로 두고, 카페 간판도 귀퉁이에 작게 달아 놓았는데, 의도한 것 같기도 하다. 카페인가, 아닌가, 들어가도 되나, 안 되나, 한참 서서 바라보고 갈등하게 했으니, 일단 손님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한편으로는 카페가 더 많아지면 장사가 잘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카페 네 곳을 가보니 개성 있는 메뉴와 인테리어로 경쟁력을 갖췄다. 외관부터 다르기 때문에 상점에서 물건 고르듯 카페 구경하며 골라 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한옥 카페, 홍차 전문 카페, 빙수 전문 카페, 빌딩처럼 큰 카페, 이층 양옥 카페 등 가지각색이다. 그렇다고 카페거리에 카페만 있는 건 아니다. 식당, 빵집, 옷가게, 주점, 책방, 게스트하우스, 공방 등의 영업장도 있다. 여행자들이 하룻밤 묵으며 먹고 보고 즐기는 데 필요한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도보 거리에 아시아문화전당, 전일빌딩245, 광주복합영상관 같은 문화예술 공간이 많아 하룻밤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설치미술 전시장이 된 도심 거리
광주 동구 도보여행을 하면서 거리에서 이상한 건축물들이 눈에 띄었다. 정체는 ‘폴리’(Folly)라는 건축물이었다. 폴리는 본래 기능을 잃고 장식적인 역할만 하는 건축물을 말한다. 하지만 ‘광주 폴리’는 장식성에 기능성을 더했으니, 여느 ‘폴리’와 다르다. 광주 폴리는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연계된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했다. 2013년 처음 광주 원도심에 설치됐다. 이때부터 2020년까지 네 번의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도심에 총 30개 폴리가 완성됐다. 이 중 19개가 동구에 모여 있다. 거리가 설치미술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폴리가 밋밋한 도시에 포인트 역할을 한다. 


‘열린 장벽’, ‘아이 러브 스트리트’, ‘광주 사랑방’, '쿡폴리', ‘뷰폴리’, ‘99칸’ 등 각각의 이름과 작품성을 갖고 있다. 이 중 세번째 프로젝트의 ‘뷰폴리’는 2017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뷰’가 뛰어난 곳에 설치된 폴리다. 뷰폴리가 있는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의 옥상에 올라가면 옛 전남도청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중심으로 한 광주 동구 시가지가 훤히 보인다. 뷰폴리가 없었다면 그저 그런 시멘트 바닥 옥상에 불과했을 곳이다. 

▲ 건널목에 설치된 '소통의 오두막 폴리', 쉼터 역할을 한다. ▲ 공주복합영상관 옥상 '뷰폴리'에서 내려다본 풍경. 


광주 폴리는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건널목 앞, 후미진 골목 안, 학교 앞, 상업지구 안, 전철역 뒤 등 어디에서 만날지 알 수 없다. 몇 년 뒤에 다시 가면 새로운 폴리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날씨가 선선해길 기다렸다 폴리를 찾아 떠나보길. 포토존이 많아 동행인이나 삼각대가 필요하다. 

▲미미원의 육전


◇맛집: 광주 사람들은 소고기로 부친 육전을 즐겨 먹는다. 얇게 저민 아롱사태나 부채살을 밀가루에 묻힌 뒤 달걀 물에 적셔 불판에 살짝 굽는다. 광주 육전 식당들은 직원이 테이블 앞에서 전을 부쳐 준다. 손님은 날름날름 받아먹기만 하면 된다. 달걀물이 익을 정도로만 살짝 구운 육전은 씹을 새도 없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최고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혀를 스치듯 사라지기 때문에 이 맛을 놓칠세라 쉼 없이 집어 먹는다. 동명동 근처 ‘미미원’(062-228-3101)이 육전집으로 유명하다.

 

사보 『화폐와 행복』 9+10월호(2021년) 59-62p 게재

 

※ 사보 『화폐와 행복』에 게재된 글들은 각 필자 개인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한국조폐공사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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