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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채털리 부인의 사랑』 작가 D.H. 로렌스의 『유럽사 이야기』

by 한국조폐공사 2021. 9. 27.

책 읽기 좋은 날 ④-2

『채털리 부인의 사랑』 
작가 D.H. 로렌스의 『유럽사 이야기』

 

글 최보기(북 칼럼니스트)

 

  

『유럽사 이야기』는 D.H. 로렌스가 쓴 역사책이라는 것부터 선풍적이다. 은사의 부인과 사랑에 빠져 도피행각을 벌이다 스파이 죄로 체포됐던 D.H. 로렌스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썼던, 바로 100년 전 그 문제작가다. 기존 역사책들과는 판이한 문체로 쓴 『유럽사 이야기』가 옥스퍼드를 비롯한 유럽 대학생들에게 빠르게 퍼져나갈 때도 가명을 쓴 실제 저자가 누구인지 베일에 싸였던 이유다.

세계사를 볼 때마다 ‘왜 역사를 서양인들이 주름잡게 됐는가’ 의문을 품게 된다. 4대 문명 발상지인 황하에서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이 발명돼 유럽으로 전해졌고, 중세까지 세계 총생산의 절반을 점유한 곳이 동아시아였다. 영어로 China는 도자기, Japan은 옻칠을 뜻하는 보통명사다. 1,300도 고온에서 흙을 쇠처럼 구워내는 기술은 16세기까지 조선, 중국, 베트남만 보유했는데 지금으로 치면 반도체 기술이었다.(문소영 『못난 조선』) 당시 은을 제련하는 기술로는 조선 함경도 단천 김감불, 김건동이 개발한 ‘단천연은법’이 으뜸이었는데 이 기술을 훔친 일본이 은을 유럽에 팔아 마련한 돈으로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김동·환배석 『금속의 세계사』) 

그런데 왜 서양이? 이유는 경쟁이었다. B.C.221년 진시황 이후 통일된 중국은 국가 간 생존을 건 경쟁을 잃었다. 반면 유럽은 14세기 1,000개 독립 소국, 16세기 500개 소국, 20세기 25개 국을 유지하다 다시 40개 국으로 늘었다. 중국의 단순한 해안선과 달리 고립된 큰 반도가 5개나 되는 복잡한 해안선과 지형이 유럽 국가들을 통일보다 분열과 경쟁으로 내몰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D.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는 ‘로마-콘스탄티노플-기독교-게르만족-고트족과 반달족-훈족-갈리아-프랑크족과 샤를마뉴-교황과 황제들-십자군-르네상스-종교개혁-대군주-프랑스혁명-프로이센-이탈리아-독일 통일’에 이르는 ‘분열과 경쟁’의 유럽 역사 해설서다. 탁월한 문학가는 그 긴 시간 속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합당한지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역사가 왜 인류의 생명인지, 역사의 교훈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왜 과거 속에 갇혀 스스로를 실현하지 못하게 되는지, 그 역사를 남겼던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답을 찾는다.

‘역사는 반성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 벌로 똑같은 역사를 반복하게 한다’고 한다. 도쿄 올림픽을 거치면서 다방면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사 이야기』에는 유럽인의 본질이 숨어있다. 코리아는 이제 유럽을 제대로 알아야 할 때가 왔다. 코로나 칩거 시대에 D.H. 로렌스와의 대화를 통해 유럽을 능가하는 ‘알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서문을 열, 전화위복의 기회다. 책임 있는 공공기관 사람들이 앞장서야 한다.

◇D.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ㅣ채희석 옮김ㅣ페이퍼로드ㅣ520쪽◇

 

사보 『화폐와 행복』 9+10월호(2021년) 66p 게재

※ 사보 『화폐와 행복』에 게재된 글들은 각 필자 개인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한국조폐공사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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