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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과장된 부정적 정서, 과연 어디로부터 올까?”

by 한국조폐공사 2021. 9. 27.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⑤

“과장된 부정적 정서, 과연 어디로부터 올까?”
- 원인 파악과 행동하기가 불안 해소의 핵심 

 

글 박진영(심리학 칼럼니스트)

 

주변에서 각종 부정적 정서, 불안, 화, 슬픔 등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감정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감정은 우리에게 내 삶의 환경이 어떠한지에 대해 일차적인 정보를 주기 위해 존재한다. 만약 살아가는 데 별 다른 문제가 없다면 평온함 같은 긍정적 정서가 주가 되지만, 뭔가 문제가 있다면 화나 불안 등의 부정적 정서가 생겨난다. 
예전에 생선 요리를 하다가 부엌에 있는 화재경보기가 동네 떠나가라고 소란스럽게 울려대는 바람에 놀라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있다. 부정적 정서는 이런 화재경보기처럼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도 위험이 다가오는 것 같다는 냄새를 맡으면 불쑥불쑥 튀어나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역할을 한다. 바로 우리들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경보기가 도피라든가 어떤 특정 행동을 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정서도 마찬가지다. 즉 부정적 정서는 슬프다면 슬픔을 줄이기 위해, 화가 난다면 화를 해소하기 위해, 불안하다면 불안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내적 경보기’다. 또는 마음 속 재난안전대책본부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만약 고양이를 보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쥐가 있다고 해보자. 그 쥐는 아마 장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부정적 정서는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는 생존에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만큼 부정적 정서는 ‘과장’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위험을 놓치는 것보다 오경보가 많은 편이 더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같은 단위의 긍정적 정서보다 부정적 정서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끔 만들어져 있다. 똑같은 돈이라도 십만원을 얻는 기쁨보다 잃는 슬픔이 더 크다. 배가 고프거나 숨이 막히거나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는 고통은 강렬하고 구체적이지만 이러한 고통이 해소된 상태는 훨씬 덜 강렬한 편안한 느낌 정도이다. 

“정말 중요한 일인가?” 질문해보기
이렇게 부정적 정서는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과장과 ‘뻥’이 심하다는 큰 단점이 있다. 따라서 부정적 정서를 대할 때는 반드시 지금 내가 느끼는 정서가 실제 위험을 잘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쓸데없이 과장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화재경보기가 울렸을 때 불이야! 라고 질겁하기 전에 혹시 누가 계란프라이를 태운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컨대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째려봤을 때, 기분은 나쁘겠지만 그 일이 나에게 어떤 객관적인 해를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일은 하루 종일 기분 나빠하는 것과 같은 스케일의 부정적 정서에 걸맞지 않는 매우 사소한 일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짜증내고 화를 내는 일들은 대부분 좀 오래 기다리거나 물건을 잃어버리는 등의 사소한 일들이다. 그래서 어떤 일로 인해 부정적 정서를 느낄 때면 이 일이 이렇게나 호들갑을 떨 만큼 “정말 중요한 일인가?”를 질문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대부분의 정서는 위험 소재를 파악하고 나면 사그라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솥뚜껑을 보고 자라인 줄 알고 놀랐는데 그냥 솥뚜껑이었음을 알고 나면 놀란 마음이 진정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기회에 걱정되고 불안한 일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그 중에서 화나 걱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소한 일들이 있다면 줄을 그어 보고, 또 이미 어느 정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것들이 있다면 그것도 지워보도록 하자. 생각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많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관련해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름’을 붙이거나(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불안과 속상함과 화야), 각 감정들이 내 몸 어디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감정을 파악해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크게 수그러든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감정의 목적은 우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므로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감정은 목적을 완수하게 되고 곧 증발해버리는 것이다. 

행동하기
감정의 종류와 그 원인을 이해했다면 다음은 ‘행동’할 차례다. 다가올 프레젠테이션이 두렵다면 열심히 발표 연습을 하면 되고, 어떤 사람과 관계가 어긋나서 슬프다면 오해를 풀기 위해 먼저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이들과 달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같이 도무지 내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것에 대한 불안이라면, 우선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도록 하자. 감정도 때로는 포기하면 편해진다. 
하지만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이 제로인 것은 아니어서 ‘아주 작은 것부터’ 해본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불안의 내용을 작게 쪼개서 당장 내일, 이번 주, 다음 주에 내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획을 세워볼 수 있겠다. 거대한 불안 밑에는 의외로 혼자 있고 싶지 않은데 함께 할 친구가 없다는 등의 구체적인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당장 오늘, 내일, 가까운 미래에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것만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고 해소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사보 『화폐와 행복』 9+10월호(2021년) 67-68p 게재

 

※ 사보 『화폐와 행복』에 게재된 글들은 각 필자 개인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한국조폐공사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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