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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조선 시대 서순라길에서 ‘힙지로’ 까지 … 종로와 을지로 골목길 시간여행

by 한국조폐공사 2021. 1. 25.

KOMSCO CULTURE_공간 산책①

조선 시대 '서순라길'에서 ‘힙지로’ 까지 … 

종로와 을지로 골목길 시간여행 

 

조선 시대 순라군이 야간 순찰을 돌던 서울 종묘 돌담길이 귀금속 공방거리로 바뀌고 있다. 종묘 맞은편 을지로는 ‘힙지로’라 불리며 뉴트로 열풍을 선도한다. 새로 생긴 젊은 감각의 주얼리 공방, 레트로풍의 카페와 식당들이 노후한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종로와 을지로의 골목길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2015년 서순라길에 들어선 서울주얼리지원센터와 맞은편 종묘 돌담장 (사진 : 김혜영/여행 칼럼니스트) 


종묘 서쪽 돌담길에서 느린 산책
전철 1·3·5호선 환승 종로3가역 일대는 종묘, 창덕궁, 인사동, 청계천, 광장시장 등 내로라하는 관광 명소들이 밀집해 있다. 자연스레 사람과 차량 통행량이 많다. 종묘앞 대로에서 창덕궁 쪽으로 한 블록만 들어가면, 딴 세상인 듯 고요한 종묘 돌담길이 나온다. 이 돌담길이 조선 시대 순라길이다. 이 길의 존재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조선 시대에는 밤 10경부터 새벽 4시경까지 통행금지였다. 이 시간에 순라군(巡邏軍)이라는 군졸들이 육모방망이를 들고 궁궐과 한양 안팎을 순찰했다. 순라군들이 순찰하던 길을 순라길이라 부른다. 아이들의 술래잡기 놀이가 이 ‘순라’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종묘 외대문(정문)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쪽 돌담길이 서순라길이다. 종묘공원에서 창덕궁 앞길인 율곡로까지 약 800m 정도 되는 거리다. 보행로가 잘 정비돼 산책하기 좋다. 동순라길은 여느 주택가처럼 변해 특색이 없다. 
서순라길 입구에는 잔술집, 식당, 귀금속 상가 등의 작은 점포들이 늘어서 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갈수록 길이 호젓해진다. 높디높은 돌담이 종묘의 위엄을 보여준다. 담장 위로 쑥 자란 아름드리 노거수들의 행렬이 장관이다. 
담장 그늘이 드리운 길가에는 오래된 귀금속 재료상, 헌책방, 1970~80년대 분위기를 풍기는 노포와 카페, 과학사 등이 올망졸망 자리했다. 소문난 홍어 식당 ‘순라길’, 서민적인 순라길 분위기와 어울리는 ‘예카페’, 금속공예가 김승희 교수와 장신구 작가들의 주얼리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갤러리 카페 ‘소연’이 이곳에 있다. 스테이크 전문점, 프렌치 레스토랑, 와인바 등의 이국적인 식당들도 생겨나 골목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서순라길의 가장 큰 변화는 트렌디한 주얼리 공방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는 것. 종로 귀금속상가와 거리와 가까워, 귀금속 공예창작 특화거리로 변모중이다. 2015년 서울주얼리지원센터가 개관해 국내 신진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근처에는 색동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한국색동박물관이 있다. 돌복, 혼례복 등 색동 관련 유물 1,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 136-3~종로구 서순라길 119

한적한 서순라길에 70, 80 감성이 살아 있는 카페와 노포, 주얼리 공방이 자리했다.  (사진 : 김혜영/여행 칼럼니스트)


을지로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세운청계상가 
종묘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세운청계상가의 변신도 이목을 끈다. 세운청계상가가 자리한 을지로 3가·4가 일대는 조선 시대 때 상업지구와 주거지가 섞인 인구 밀집 지역이었다. 종각부터 종묘앞까지 길 양쪽이 시장통이었고, 그 뒤로 민가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폭격에 대비해 민가를 강제 철거하고, 공터로 남겨두었다. 한국전쟁 후 이 공터에 피란민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1968년 도심재개발 사업으로 판자촌이 철거되고, 세운상가가 들어섰다. 세운상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건물로, 당시 종로3가와 퇴계로3가 사이를 잇는 초대형 건물이었다. 세운상가 일대는 한국전쟁 이후 도시와 건물 재건에 이바지한 전자·기계·공구·조명·도기·철물 관련 업종들이 모여있었다. ‘도면만 주면 탱크도 만든다’는 전설의 대단위 공구상가였다. 지금도 공구 상가가 존재한다. 
2008년 세운상가 철거 공사를 시작했으나 지지부진했다. 2015년 세운상가를 철거하지 않고, 도시 재생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사이에 있던 공중 보행교가 복원됐다. 상가내 빈 점포에 젊은 감각으로 꾸민 카페, 식당, 독립서점, 전시관, 북라운지, 세운전자박물관, 스포츠용품점 등이 입점했다. 이 매장들은 대부분 청계상가 3층에 모여 있다. 

세운청계상가 3층에는 뉴트로를 선도하는 카페와 노포가 공존한다. (사진 : 김혜영/여행 칼럼니스트)
세운 청계상가 3층에 전자·기계 관련 점포와 젊은 감각의 음악 감상실이 마주보고 있다. (사진 : 김혜영/여행 칼럼니스트)


‘호랑이커피’, ‘챔프커피’, ‘구움양과’, ‘아멜다분식’ 등의 뉴트로풍 식음료 매장이 삼겹살 맛집 ‘다전식당’, 옛날 쌍화차를 파는 ‘솔다방’과 같은 노포 및 터줏대감 공구 상가와 공존한다. 점포앞 낡은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고기를 구워 먹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9층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우뚝 선 북한산과 그 아래 종묘, 맞은편 남산과 서울N타워, 청계천과 광화문 일대 고층빌딩과 을지로 공구 상가 등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공중 보행로인 다시세운교에서 굽어본 청계천과 천변에 늘어선 조명상가 모습 (사진 : 김혜영/여행 칼럼니스트)


‘을지로 루프탑’이라 불리는 공중보행교는 해질녘 노을 명소로 소문났다. 노을빛에 물든 청계천과 천변 조명상가, 을지로 재개발 사업이 한창인 공사 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거된 건물터와 철거 예정인 낡은 상가, 신축 고층빌딩이 서로 이웃한다. 다음 방문때는 을지로의 어떤 모습을 만나게 될지 사뭇 기대된다.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일대

맛집: 겨울에는 제철 맞은 생굴을 먹기 위해 종로3가 굴보쌈 골목을 찾는다. 골목안에 굴보쌈 노포가 늘어서 있는데, 이 중 35년 전통의 삼해집이 단골집이다. 국산 돼지고기 보쌈보다 값이 저렴한 수입 돼지고기 보쌈도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이 적당하고, 육질이 부드럽다. 수육 한 점에 매일 아침 공수해온 통영 굴과 꼬들꼬들하게 양념한 무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엄지가 절로 올라간다. 굴보쌈을 주문하면 감자탕을 서비스로 준다.  02-2273-0266 서울 종로구 수표로20길 16-15 굴보쌈 소(2인분) 25,000원

 

※ 김혜영 (여행 칼럼니스트)

(現) 한국여행작가협회 총무이사를 맡고있다. 한국문화재단, 한국관광공사, 한국화학창의재단 여행 관련 기사 연재 등 각종 잡지, 일간지, 공기관 등에 여행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타박타박 서울유람』, 주말여행 버킷리스트99』, 5천만이 검색한 대한민국 제철여행지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사보 『화폐와 행복』 1+2월호(2021년) 48-51p

 

※ 사보 『화폐와 행복』에 게재된 글들은 각 필자 개인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한국조폐공사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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