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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간소한 삶에서 행복 찾기, 미니멀 라이프

by 한국조폐공사 2021. 1. 28.

KOMSCO LIFE_미니멀하게 사는 법①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오늘 하루 당신을 가장 설레게 한 것은 혹시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원하던 물건을 소유하게 됐을 때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듯한 만족감을 느낀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가구, 음식, 옷 등 우리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물건은 셀 수 없이 많다.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경제체제에서는 다다익선, 물건은 많을수록 좋다. 부의 척도는 얼마나 많이 물건을 가졌느냐며, 더 많이 가질수록 행복과 가까워질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건을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경쟁한다. 상품이 출시된 날 앞다퉈 매장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 세일 타임에 맞춰 몰린 접속자들로 마비되는 판매 사이트! 끝내 그 물건을 쟁취하면, 또다른 물건이 갖고 싶어진다. 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를 조장하는 요소들은 무척 많다. 눈만 돌리면 광고가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남는 기록을 이용해 사용자가 구매할 만한 상품의 광고를 노출하는 맞춤형 광고부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연령대, 경제력, 관심사 등을 추정해 상품을 보여주는 광고까지 다양한 광고기법이 사용된다. 숨 쉬듯 광고에 노출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진다. 
최신 유행을 반영한 중저가 옷을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도 소비를 조장하는 데 한몫 한다. S/S와 F/W 단 두 시즌으로 나뉘던 과거와 달리 요즘 패션업계에서는 시즌이 52개로 나뉘는 ‘마이크로 시즌’에 따라 상품이 생산되고 있다. 작년에 산 옷의 유행이 지나 다른 옷을 구매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패스트 패션이 만든 급물살에 제대로 당한 것! 빠른 회전율로 제 기능을 다 하는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사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단, 옷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전자제품, 가구, 차 등 넘쳐나는 물건의 홍수 속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 소비하는 삶을 살고 있다.

가치 중심의 소비, ‘미니멀 라이프’

물건이 ‘과잉’된 상태에 살다 보니 사람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이런 단순하고, 근본적인 것으로 회귀하려는 대중적 심리가 잘 드러난 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다. 미니멀 라이프란 미니멀리즘을 라이프 스타일에 적용한 것인데. 원래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을 뜻하는 ‘minimal’과 사상을 뜻하는 ‘ism’의 합성어로, 196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난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 사조다. 이와 비슷하게 미니멀 라이프도 간결한 삶을 추구하며,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 콘셉트다. 
미니멀 라이프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데는 몇가지 이유를 꼽아볼 수 있다. 먼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이끌면서 미니멀리즘이 더욱 지지를 받게 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으며 물질적 풍요 대신 현재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현재를 즐기는 ‘YOLO(욜로)족’, ‘소확행’ 등의 신조어가 그들의 가치관을 대변한다. 그들은 단순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고, 물질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에 가치를 둔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런 성향과 최소한의 소비를 콘셉트로 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시대적으로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가 인기를 끈 또다른 이유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공유경제’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란 플랫폼 등을 활용해 자산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람과 공유해 사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셰어하우스나 우버 서비스, 공유 주방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굳이 집을 매매하지 않아도 셰어하우스를 통해 세계 어디든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고, 굳이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차량을 이용하고, 남들과 주방을 함께 사용하며, 음식을 판매할 수도 있다. 공유경제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니멀 라이프가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영미권에서 본격적으로 미니멀 라이프가 대두된 것은 2010년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가 ‘더 미니멀리즘 닷컴’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면서부터다. 두 남자는 억대 연봉을 받으며 많은 물건을 가졌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주 80시간씩 일하고 더 많은 물건을 사들이는 일로는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두 남자는 좋은 차와 집을 팔고, 물건을 줄여 목적이 분명한 삶을 살기로 한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일본에서도 같은 해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 출판되며 인기를 끌었다.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행복을 만드는 라이프 스타일 ‘미니멀 라이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3년전부터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돈을 벌어 물건을 사고, 또 다른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버는 과정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집을 차지하는 짐을 비우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삶을 간소화하는 작업을 통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솎아내는 과정이다. 언제 어떻게 샀는지도 모를 택배 상자들에 가려진 당신의 마음을 채워줄 무엇을 찾고 싶다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보자.

 

노진선 (디자인 디렉터)
신세계 백화점 강남 명품관을 비롯해 하얏트 호텔, 대림아크로비스타 디자인 등을 진행한 인테리어 전문가. KBS <리빙쇼 당신의 6시>, KBS 7 무한리필 샐러드 <노진선의 집으로>, SBS <좋은 아침> 등 공중파, 케이블방송의 홈인테리어 프로그램 진행도 다수 맡았다.

 

2021년 사보 『화폐와 행복』 1+2월호 58-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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