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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진정한 성장은 나에게 너그러운 마음에서 출발한다

by 한국조폐공사 2021. 1. 28.

KOMSCO LIFE_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①

“진정한 성장은 나에게 너그러운 마음에서 출발한다”

글 박진영

 

연초에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며 새해 결심을 한다. 새해 소망을 달성하는 것뿐 아니라 진정한 성장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적 진실성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시끄럽게 공을 차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공을 차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주민은 아이들에게 500원을 줄 테니 앞으로 매일 이곳에서 공을 차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공차기를 멈추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유는 고작 500원을 받기 위해 매일 여기까지 와서 공을 찰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자율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화다. 똑같은 일도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일 때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반면 ‘남이 시켜서’, ‘어떤 대가를 받기 위해’ 같은 이유가 붙고 나면 지난한 노동이 되는 법이다. 공부하려고 이제 막 앉았는데 갑자기 “공부 좀 해!”라는 잔소리가 들려오면 때려 치고 싶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인간은 신기하게도 어떤 일을 하는 이유가 내 안에 존재할 때 더 즐겁게, 더 열심히, 덜 지치며 하는 모습을 보인다. 

운동하기, 건강한 식습관 만들기, 꾸준히 독서하기 등 다양한 목표를 추구할 때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여기에도 ‘내적 동기’가 한 몫 한다. 네덜란드 틸버그대(Tilburg University)의 심리학자 올가 스타브로바(Olga Stavrova)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평소 자기통제력이 좋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좀 더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통제력이 낮은 사람들이 목표에 ‘타인에게 좋게 보이기 위해’, ‘하기 싫지만 해야 하니까’ 등 본인이 원하는 바와 크게 상관없는 이유를 부여한 반면, 자기통제력이 높은 사람들은 ‘내가 원해서’,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자아실현에 도움이 돼서’, ‘나라는 사람을 잘 나타낼 수 있어서’ 등 자신의 성장을 위해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렇게 목표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목표 달성율과도 연관을 보인다. 자기통제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목표 달성율이 더 높았다. 

성과 목표 vs 숙련 목표
내적 동기 여부뿐만 아니라 과정이나 결과 중 어떤 것을 더 중시하는지에 따라 실제로 성장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과정을 중시하는지 아니면 결과를 중시하는지, 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성과목표’와 ‘숙련목표’로 나눈다.

‘성과목표’(performance goal)는 결과를 중시하며 실패하지 않는 것에 포커스를 둔다. 성과목표가 강한 사람은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지 보다 ‘실패만 하지 않는 것’이 큰 목표가 된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적어도 ‘겉보기’에는 괜찮은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한다. 실제론 아는 게 없는 속 빈 강정 같은 상태여도 ‘치팅’을 해서라도 자신이 실패자가 아님을 보이고 싶어 한다. 또 전혀 즐겁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 보기에 좋아 보인다면 계속하는 반면 안 좋은 모습이라도 보이게 되면 금방 모든 의미를 잃고 그만두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인다. 

‘숙련목표’(mastery goal)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당장의 결과가 어떻든 그 일을 통해 내가 즐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한 경우다.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해도 크게 개의치 않고 즐거움을 느끼는 한 그 일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성과목표가 강한 사람들은 단기적인 성취에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잘 해내지 못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과목에서 성과목표가 강한 학생들은 성적이 좋았지만 그 과목에 필요 이상의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반면 숙련목표가 강한 학생들은 성과목표가 강한 학생에 비해 성적이 더 좋진 않았지만 해당 과목에 대한 흥미를 더 크게 느끼고 다음 학기에도 관련 수업을 수강할 의향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장기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전문성을 갖게 되는 사람은 성과목표보다 숙련목표를 가진 사람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야”
흔히 사람들은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고 믿는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방법이 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를 돌보고 격려하는 태도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져다준다. 독일 마인츠대(Johannes Gutenberg University of Mainz)의 심리학자 지네트 쿠비악(Jeanette Kubiak)은 프로 테니스 선수들 중 좋은 성적을 보인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차이점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성적이 좋았거나 많은 향상을 일궈냈던 선수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우선 이들은 시합을 ‘위협’이 아닌 ‘도전’이라고 인식하는 편이었다. 또 시합에서 지는 것을 낭비라거나 결코 있어선 안되는 최악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은 스스로 사기를 돋우기 위한 혼잣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어려운 도전을 앞둔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자신에게도 따뜻한 응원을 해줬다. 그리고 무작정 ‘다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동안 어떻게 훈련해왔고, 이런저런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면 된다고 상기하는 등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통해 자신이 준비된 상태임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안은 불확실성에 의해 생긴다. 따라서 막연히 좋게 생각하기보다 ‘나는 준비돼 있으며 고로 결과는 불확실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면 불안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고 실력 향상이 적은 편이었던 선수들은 시합을 앞두고 ‘좀 더 열심히 준비했어야 했어’ 등 자책이 심했다. 또 상상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며 가뜩이나 심한 불안을 더 심화시키는 편이었다. 똑같이 패배하는 상황을 떠올리더라도 ‘패배는 패배일 뿐 다음에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패배는 나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증거’라거나 ‘이번에 지면 내 삶은 끝장난다’는 식으로 나쁜 결과를 ‘개인화’(personalize)하고 ‘과장’했다. 이들은 불안에 사로잡히면 자신이 불안하다는 사실에 더 불안해하는 경향을 보였다. 스스로에게 채찍질만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불안과 긴장이 닥쳐오는 상황에서 마음 관리를 잘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을 보듬을 줄 아는 사람에 비해 좌절하기 쉽다는 것이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서, 다른 누가 아닌 나를 위해 해야 하며, 시련이 다가올 때마다 자신을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 올 한해 더 바람직한 자세로 개인적인 성장을 이뤄보도록 하자.

박진영 |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등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대중서를 집필했다. 현재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Chapel Hill 의과대학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동아사이언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을 연재중이다. 심리학의 주요 개념 및 흥미로운 최신 연구를 쉽게 풀어내 우리의 마음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보 『화폐와 행복』 1+2월호(2021년) 56-57p

 

※ 사보 『화폐와 행복』에 게재된 글들은 각 필자 개인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한국조폐공사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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