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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

by 한국조폐공사 2020. 9. 25.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

- “주가 거품 방지 기능” vs “과도하게 주가 떨어뜨려”

 

글 홍선표

 

최근 증시를 달군 이슈 중 하나는 공매도(空賣渡·short stock selling)다. 지난 3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금융위원회는 3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6개월동안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들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금지 조치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주가 하락을 불러온다’는 원망을 듣는 제도이기도 하다. 논쟁이 되고 있는 공매도의 정확한 뜻과 제도가 도입된 배경, 현행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공매도란 어떤 제도인지부터 알아보자. 물건을 판다는 뜻의 매도(賣渡) 앞에 없을 공(空) 자가 붙은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물건을 판다’는 뜻이다. 무엇이 없을까? 주식이 없다.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판다는 말이다. 주식이 없는 데 어떻게 팔까? 빌려서 판다.


공매도는 특정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활용하는 투자 기법이다. 개인 투자자에게도 공매도가 허용돼 있긴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공매도할 수 있는 종목들이 사실상 제한돼 있어 접근하기는 어렵다.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 국내외 기관 투자가들은 각 증권사나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에 수수료를 내고 주식을 빌린 뒤 이 주식을 매도한다. 굳이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돈을 내면서까지 빌린 뒤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공매도해 실제로 이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게 아니라 먼저 비싸게 팔고 나중에 싸게 사서 되갚는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주가가 100만 원인 A사 주식이 있다고 해보자. 공매도 투자자 B는 A 주식이 곧 내려갈 거라고 판단하고 이 주식을
 빌려서 100만 원에 팔았다. 그런 뒤 A 주식이 80만 원으로 떨어지면 B는 다시 이 주식을 구입해 빌린 곳에 갚는다. 이런 식으로 B는 공매도 투자로 수수료 등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20만 원(100만 원-80만 원)을 벌게 된다.     


공매도를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와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로 나눌 수 있다. 방금 설명한 것처럼 주식을 빌려놓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게 차입 공매도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을 내는 걸 무차입 공매도라고 한다.


국내에선 기관투자가의 차입 공매도는 1996년 9월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차입 공매도는 1998년 7월부터 허용됐다. 무차입 공매도 제도는 2000년 4월부터 금지됐다. 공매도 이후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구하지 못하는 등의 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는 얼핏 보면 이상한 제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공매도 제도를 도입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공매도 제도의 가장 큰 순기능으로는 실제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주식의 가격을 정상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순기능을 들 수 있다. 거품 예방 기능이다.


회사 실적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한 수준보다 훨씬 더 주가가 올라있는 C라는 주식이 있다고 해보자. 투자자 D는 C 주식에 거품이 끼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곧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한다. 혹은 C사의 경영에 문제가 있어 곧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수도 있다. C사의 주식을 보유하거나 새롭게 사들이는 사람들은 모두들 C사의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주식을 계속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공매도 제도가 없다면 D처럼 C사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C사 주가에 반영시킬 방법이 없다. D처럼 주가에 거품이 꼈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판단을 실천해 이익을 거두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공매도다. 
D는 자신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C사 주식을 공매도한다. 다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예측한 D의 판단 근거가 타당하다고 보고 주가를 팔기 시작한다면 C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돼 있던 회사의 주가에서 거품이 꺼지게 된다.   

이런 장점을 갖고 있는 공매도 제도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활용될 때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특히 경제에 일시적 쇼크가 발생할 경우 증시를 과도하게 추락시키는 역할을 한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합리적인 분석과 탄탄한 근거를 토대로 공매도 투자에 나서는 대신 단기간의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공매도에 나서는 일부 기관투자가의 행태가 공매도에 대한 반감의 주요 원인이다. 큰 자본력을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거액을 투자해 공매도에 나선다면 회사의 실적과는 별개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설명했듯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하지만 법을 어겨도 그 처벌은 그저 경미한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있다.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일부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가들 사이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소리 소문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주식을 빌리는 데 드는 최소한의 비용조차 부담하지 않고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는 국내에서 시장질서 교란 행위로 여겨진다. 결제 불이행 등 큰 부작용도 야기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서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매도가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가들한테만 허용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공매도로 이익이 낼 수 있는 길은 막혀버린 채,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 손실만 감당해야 하는 구조니 반감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개인 투자자도 보다 쉽게 공매도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선표 기자.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경제와 경영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유튜브(홍선표의 고급지식), 팟캐스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와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등을 출간했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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