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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5만원권 발행 10주년 “화폐는 종합 예술품 …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어”

by 한국조폐공사 2019. 7. 19.

<화폐와 행복 7+8월호_커버스토리>

5만원권 발행 10주년 “화폐는 종합 예술품 …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어”

화폐는 한 나라의 영광된 역사를 담아낸다. 우리나라는 조선조 500년 역사를 빛낸 인물들을 화폐의 주인공으로 채택, 찬란했던 역사와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화폐를 만드는 일은 한 나라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화폐의 경제적 가치에 매몰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간과하기도 하지만, 화폐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적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화폐는 한 나라의 역사, 정치, 문화뿐 아니라 그 나라의 사상을 담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엽전’을 들어보자. 엽전에는 동양적 사상이 포함돼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라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원리를 담아내기 위해 테두리는 하늘처럼 둥글게, 가운데는 땅처럼 네모난 구멍을 내었다. 엽전의 네모난 구멍은 휴대하기 편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우주 만물의 이치를 담기 위해 고안해낸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돈’이 가진 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 화폐를 볼 때 표면에 표시된 액면가치만을 따지기보다 그 안에 숨은 스토리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화폐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면 돈이 좀더 가치 있고 소중하게 여겨지게 될 것이다.

2019년은 5만원권이 탄생한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최고 고액권 지폐로 지난날 장롱화폐로 불렸던 오명을 씻고 이제는 1만원권보다도 일상 화폐로 더욱 친숙해진 5만원권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보자.

한국은행 출입기자단 초청행사

- 발행 10년만에 ‘화폐왕자’된 5만원권
- 첨단 보안기술 집약, 오만원권 제조 현장을 가다

‘100-1=0’
이 엉뚱한 산술식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나의 제품이라도 고객이 불만족하면 고객만족은 결국 0이라는 뜻으로, 한국조폐공사의 품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슬로건이다. 지난 6월 18일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기념해 가진 ‘한국은행 출입기자단 초청 견학행사’를 위해 방문한 우리 공사 산하 화폐본부(경북 경산시 소재)에서는 완벽한 품질의 화폐를 만들기 위해 직원 모두가 땀 흘리고 있었다.

2009년 6월 23일, 5만원권이 첫 발행된 이후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고액권 발행에 따른 당초 우려와는 다르게 5만원권은 우리 사회에 빠르게 안착해 어느새 가장 많이 제조·발행되는 화폐가 됐다. 현재 시중에 유통중인 은행권 가운데 5만원권은 금액으로 84.6%(98조 3000억원), 장수로는 36.9%(19억 7000만장)를 차지하고 있다.

5만원권의 성공적인 안착을 자축하기 위해 화폐본부에서 ‘한국은행 기자단 초청행사’가 열렸다. 기자들의 눈을 통해 5만원권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가급’ 보안시설인 만큼 사전 승인 및 보안절차를 밟지 않으면 직원도 들어가기 힘든 곳이다. 철저한 보안절차를 거쳐 이날 기자들에게 5만원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이 공개됐다.

30여 개가 넘는 언론사와 9개 방송사 기자들이 화폐본부 정문에 도착했다. 화폐본부의 보안은 삼엄했다. 정문에서 기자들에게 서약서와 핸드폰 카메라 부착용 보안스티커가 배부됐고, 내부 촬영에 대한 보안설명을 듣고 나서야 화폐본부에 들어설 수 있었다. 보안등급으로 따지면 청와대와 맞먹는 최고수준의 시설인 만큼 출입통제시스템 265대, CCTV 426대 등이 설치돼 있었다. 보안검색대와 지문인식기 등 철저한 보안 절차를 거치고 나니 국가의 핵심 공정을 견학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기념해 화폐본부를 방문한 한국은행 기자단들이 조폐공사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조용만 사장
5만원권 제조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기자들

 

ㅁ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들. 5만원권 제조 공정의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 제조에 40일 … 완벽 품질 향한 기나긴 여정
화폐본부의 인쇄처에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지폐가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은 40여일. 화폐를 만드는 과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단순한 인쇄 과정과는 거리가 있었다. 위·변조 지폐를 방지하기 위해 최고의 기술을 입히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아주 정교하고 정밀한 작업이었다. 5만원권에는 그전 은행권에 적용되지 않았던 입체형 부분노출은선, 띠형 홀로그램, 가로 확대형 활판번호와 비공개 디자인 요소가 추가돼 보안성이 더욱 높아졌다. 때문에 고액권임에도 불구하고 대량 위조나 정밀한 위조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5만원권 위폐 발견 장수는 10년 동안 총 4,447장에 불과, 동 기간 전체 발견 장수의 9.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완벽한 품질을 위해 공정마다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僞幣 청정국’ … 세계에서 위조지폐가 가장 적은 나라

조용만 사장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국민 First, 품질 Best’라는 경영방침을 통해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완전무결한 품질만이 국민을 섬기는 일이라며 세계 최고의 위·변조 기술을 개발해 적용해오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우리나라의 위폐 발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위조지폐 발생 사례는 지난해 기준 100만장당 0.11장으로, 영국(129.1장)·유럽연합(34.0장)·호주(19.7장)·캐나다(11.0장) 등보다 월등히 적다. 1백만장당 0.13장인 일본도 제치고 세계에서 위조지폐가 가장 적은 나라로 올라섰다. 김기동 화폐본부장은 “‘위조지폐 청정국’이라는 데서 조폐공사의 세계적인 위변조방지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품질의 화폐로 국가경제의 신뢰 지킨다
“화폐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기술이 집약된 예술품입니다.”
김기동 본부장이 이날 견학행사에서 5만원권을 소개하며 했던 말이다. 그의 말에선 대한민국 화폐를 제조하는 일에 대한 큰 자부심이 느껴졌다.

한 나라 경제의 혈액이라고도 불리는 화폐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세계 200여개국 가운데 지폐의 원료인 용지에서부터 특수인쇄와 보안기술, 특수잉크 등 자국의 화폐를 스스로 제조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과 설비를 갖춘 나라는 10개국이 채 안된다. 대한민국이 이 가운데 당당히 위치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일이다.

1951년 10월 1일 한국전쟁중 피난지인 부산의 허름한 목조 건물에서 낡은 기계 몇 대를 인수받아 창립한 것이 조폐공사의 시작이었다. 68년이 지난 지금 우리 공사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설비를 갖춘 글로벌 조폐보안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으로의 비전은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조폐·인증·보안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모바일 분야로 업(業)을 확장하고 있는 있는 것도 이런 경영목표 달성과 관련이 깊다.

창립 당시 부산 명륜동 조폐공사 모습

5만원권 제조 관련 직원 인터뷰

세계적인 위변조방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궈낸 5만원권 성공 신화

“다들 힘들었지만 완벽한 5만원권 제조를 위해 일심동체 됐죠.”

최고 고액권 5만원권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2009년 당시 제조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도안 공개 후 4개월만에 5만원권 제조를 마쳐야 했기 때문에 현장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당시 디자인팀과 고액권 사업부에 각각 소속돼 5만원권 제조에 기여했던 남세현 팀장과 김현진 차장을 만나 생생했던 현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2009년 설 명절은 고스란히 회사에서 보냈어요. 근처 식당이 다 문을 닫아서 아내가 김밥을 싸줬죠. 그때 남세현 팀장님과 마지막 디자인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현진 차장은 쉴 틈 없이 바빴던 당시를 회상했다.

Q.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맞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기분이 어때요?

김현진 차장 : 자랑스럽죠. 품질에 문제가 없다는 것에 조폐공사 직원으로서 굉장히 자부심을 느낍니다. “은행권이 너무 아름답다.”, “위조방지장치랑 잘 조화가 이루어졌다.” …, 이런 말들이 들리니까 기분이 좋았죠.

Q. 이렇게 큰 사업에 참여한 까닭에 회사에 애정이 남다를 것 같아요.

남세현 팀장 :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감대가 있어요. 추억이 있고. 다들 그때 얘기하면서 즐거워하죠. 그런 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또 5만원권 사업이 끝나고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어요. 의미있는 일에 참여하고 상까지 받았으니까 더욱 기분이 좋죠.

Q. 혹시 그래도 조금 아쉽다거나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나요?

남 팀장 : 지폐 디자인을 좀 더 업그레이드 시켜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디자인은 여러 기술의 종합이기도 하거든요. 디자인이 잘 나오려면 잉크부터 용지까지 다 좋아야 해요. 전체 기술이 골고루 발전돼서 우리 은행권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5만원권 10주년을 맞아 특별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 차장 : 5만원권 사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런 큰 사업을 맡게 되면 퇴근도 늦고 힘도 들지만 반면에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거든요. 후배들도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큰 꿈을 안고 도전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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