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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KOMSCO 칼럼

by 한국조폐공사 2019. 1. 23.

Hidden Figures(숨겨진 영웅들)


정상윤 기획이사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필자가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경천애인’(敬天愛人)과도 일맥상통하는 광고 카피에 이끌려, 아내와 함께 ‘Hidden Figures’(숨겨진 영웅들)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는 1960년대, 인류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도는 NASA(미 항공우주국)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이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데도 크게 기여한 흑인 여성 수학자 3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실로 대단한 업적임에도 ‘흑인’, 더군다나 ‘여성’인 그녀들의 이야기는, 그녀들을 다룬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된 2016년에서야 대중에게 알려지게 됐다. 그야말로 ‘숨겨진 영웅들’이 아닐 수 없다. 


굳이 1960년대 미국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 곳곳에도 영웅이 될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생산현장에서, 연구실에서, 사무실에서 본인에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우리 직원들이다. 


난세(亂世)에 영웅(英雄)이 난다고 했던가. 우리 공사는 최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과거 계속된 비상경영으로 인해, 언제 우리 공사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냐고 자조적인 농담을 건넬 직원들도 있겠지만, 현재의 위기는 현실화된 ‘본업(本業)의 위기’이다. 한국은행의 ‘동전 없는 사회’ 추진에 따른 2018년도 주화 사업량 급감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2019년 은행권 사업량이 적지 않게 줄었다. 그동안 선제적으로 추진해온 공공분야 중심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화폐 매출액 감소분을 보전하고자 본사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전사적 노력을 추진하겠지만, 우리 공사가 성공적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업(業)의 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과 조직도 그에 걸맞게 변화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한 번에 모든 시스템을 바꾸는 식의 변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큰 숲도 결국은 작은 씨앗에서 비롯되었을 터, 작은 부분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항상 열심히 일하는 우리 직원들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디테일’에 약하다는 것이었다. 일을 망치는 것도 성공시키는 것도, ‘한 방’이 아니라 ‘디테일’이다. 작은 차이가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 수도, 그저 그런 아무개로 만들 수도 있다. 공사에서 발생하는 사고들도 99를 잘했음에도 마지막 1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이 주요한 원인일 수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1퍼센트의 차이는 치명적이다. 제조업에서, 특히, 완전무결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우리 공사에서, ‘100-1=0’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내가 맡은 공정에서만큼은 마지막 하나까지 집중하고 챙기겠다는 각성과 마음가짐의 변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디테일 관리는 생산 작업에서 뿐만 아니라 대외업무와 영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공사 대외업무를 맡아 수행하던 시절, 명함을 받으면 그 사람을 만난 날짜와 용건, 간단한 느낌 등을 명함 한 쪽에 적어놓는 것이 습관이었다. 이 습관은 나중에 그가 속한 기관과 다른 업무를 추진해야 할 때 쏠쏠하게 도움이 됐다. 해당 기관을 방문하여 업무협의를 하기에 앞서 명함 주인에게 먼저 전화를 해, 그와의 만남을 세심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나타내면, 본인의 업무가 아님에도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경우가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직원들이 반드시 필자와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작은 차별화가 생각지도 않은 커다란 성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음이다.


물론, 우리 직원들 각자가 추진하는 작은 변화와 노력들이 쌓여 공사의 전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와 노력들을 알아봐주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조직문화가 조성되어야 하며, 이는 전적으로 관리자들의 몫이다. 사장님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 보상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시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Hidden Figures’에서도 여주인공인 캐서린의 능력을 알아봐주고, 여자 화장실 앞에 붙어 있던 ‘흑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망치로 부숴버리기도 했던 상사의 인정(認定)과 격려가 있었기에 그녀가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조직이 얼마나 큰지 작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 한 사람의 작은 노력만으로도 그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될 수도 있다. 신념과 책임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며,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는 우리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KOMSCO의 존립과 지속성장을 가능케 할 숨겨진 영웅들이다. 



사보 『화폐와 행복 2019. 1+2월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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