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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영원한 사랑의 노래, 존 레논의 ‘Grow old with me’

by 한국조폐공사 2021. 5. 25.

KOMSCO PEOPLE_나의 플레이리스트 ③

영원한 사랑의 노래, 존 레논의 ‘Grow old with me’

글 최홍배(기술처 기술관리팀)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이 글은 1988년 경북 안동에서 분묘이장을 하던 중 한 남자의 관 속에서 나온 편지 내용입니다. 1586년 6월의 어느 날 3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한 남자의 아내가 죽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에 적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와 함께 넣었다고 합니다. 이 애절하고 숭고한 사랑을 기리기 위해 머리카락 미투리를 모티브로 안동댐 하구 월영교라는 국내 최장의 목척교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가끔 고향집을 찾을 때마다 저는 차를 세우고 목척교를 걸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원이 엄마의 심정을 생각하며 걷곤 합니다. 

여기 또 하나의 원이 엄마의 마음을 닮은, 영원한 사랑을 갈구했던 한 남자의 마지막 노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너무나도 유명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전설의 록 밴드 ‘비틀즈’의 리더이자, 비틀즈 해체 후 반전 운동을 하며 이상적인 세계를 꿈꿨던 존 레논의 마지막 사랑노래 <Grow old with me>라는 곡입니다.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룹 ‘비틀즈’
혹시 “비틀즈가 뭐야?”라고 묻는 조폐가족도 있을 겁니다. 몇해전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영화로 1970~8190년대 영국 팝 그룹인 ‘퀸’(Queen)이 소환되었는데, 그보다 훨씬 이전인 1960년대 초부터 1970년까지 활동했던 영국 리버풀 출신의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스타로 구성된 4인조 록 밴드입니다.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룹, 로큰롤의 대중화와 정치·경제·문화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구름처럼 많은 소녀팬을 이끌고 다녔던, 60~70년대 대중문화를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비틀즈’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Yesterday’, 힘들 때 들으면 힐링되는 ‘Hey jude’, ‘Let it be’, ‘Long and winding road’ 등 셀 수 없이 많은 주옥같은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줬던 그룹입니다. 또한 NASA(미 항공우주국)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우주로 쏘아 올린 비틀즈의 ‘Across the universe’라는 곡은 아직도 은하계 저 멀리 돌아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사랑, 평화, 휴머니즘 … 이상사회를 갈구했던 남자 ‘존 레논’
존 레논은 1940년 10월 9일 영국 항구도시 리버풀에서 태어났습니다. 1980년 12월 8일 마크채프먼이라는 광적인 팬에 암살당하기까지 40여년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비틀즈 시절부터 해체 후 솔로 활동까지 무수한 명곡을 만들며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줬습니다. 또한 반전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하면서 ‘사랑과 평화’를 추구했습니다. 영화 <킬링필드>에서 주인공 통역관 프란이 온갖 역경을 딛고 킬링필드를 탈출해 친구인 뉴욕타임스 기자를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로 ‘Imagine’입니다. 종교도 국가도 소유도 없는, 이상적 세상을 꿈꾸던 존 레논의 생각을 잘 나타내는 노래입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
집을 나가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린 엄마와, 외항 선원으로 집에 잘 들어오지 못했던 아버지 탓에 존 레논은 이모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동네에서 만난 두 살 어린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과 ‘비틀즈’라는 그룹을 결성한 후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지만, 어린 시절 영향 때문인지 존 레논은 죽을 때까지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했습니다. ‘Mother’라는 노래에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이 잘 담겨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절 낳으셨지만 나는 당신의 사랑을 받지 못했어요/ 아버지 당신은 나를 떠나셨지만 당신은 늘 마음 속에 계셨어요/ 나는 당신이 필요했지만, 당신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당신께 말하려고 합니다/ 안녕, 안녕히….’ 

음악적 파트너이자 영혼의 동반자 오노 요코
비틀즈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은 비틀즈 해체의 원인이 존 레논의 두 번째아내 오노 요코라는 여자 때문이라며 그녀를 마녀, 악녀라고 비난했습니다. 물론 큰 성공 후에 찾아왔던 허무함, 오랜 활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 음악적 성향 차이로 발생한 갈등도 있었겠지만 오노 요코라는 여인을 만난 후 멤버들간 갈등이 증폭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존 레논은 그녀를 음악적 파트너, 영혼의 동반자로 여겼습니다. 물론 싸우고 헤어지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분명 존 레논에게 오노 요꼬라는 여자는 특별한 의미였으리라 생각됩니다.

“The best is yet to be”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제가 조폐가족에게 소개하고 싶은 노래는 존 레논의 마지막 노래, ‘Grow old with me’ 입니다. 아내 오노 요코의 ‘Let me count the ways’라는 노래에 대한 답가였다고 합니다. 이 노래에서 존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랍비 벤 에즈라’(Rabbi Ben EZRA)에서 “함께 늙어 갑시다.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한 평탄치 않은 사랑이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아내를 지켜주기 위해 맞서 싸우며 끝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한 남자의 절절하면서도 수줍은 고백인 이 노래는 존 레논이 죽은 후 유작 앨범에 수록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노래는 영원한 사랑의 노래가 되어 결혼식 축가로도 많이 불린다고 합니다. 정작 노래의 주인공인 오노 요코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원이 엄마의 심정과 같이 절절한 마음으로 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Grow old along with me/ The best is yet to be 
나와 함께 같이 늙어가요./ 가장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어요
When our time has come/ We will be as one
우리의 시간이 왔을 때/ 우리는 하나로서 존재할 거예요
God bless our love/ God bless our love
신이시여, 우리의 사랑을 축복해 주소서.

Grow old along with me/ Two branches of one tree
나와 함께 같이 늙어가요/ 한 나무에서 두 개의 가지가
Face the setting sun/ When the day is done
지는 해를 바라보듯이/ 하루가 다 저물 때
God bless our love/ God bless our love
신이시여, 우리의 사랑을 축복해 주소서.

지금이 우리 인생에서 ‘The best is yet to be’(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인지, 아니면 ‘The best had already gone’(황금기는 이미 지났다)이고 ‘The worst is yet to be’(촤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만 남았는지 가늠하긴 힘들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같이 존 레논의 ‘Grow old with me’를 같이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사보 『화폐와 행복』(2021) 5+6월호 67-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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