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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경제위기때 희망의 메시지 전한 ‘허니패밀리’

by 한국조폐공사 2021. 3. 16.

KOMSCO PEOPLE_나의 플레이리스트 ②

“혼신의 힘 다해 하루 살잖아!" 

경제위기때 희망의 메시지 전한 ‘허니패밀리’

 

글 전건진(화폐본부 관리부)

 

회사 출근길, 본부 전역에 울려 퍼지는 방송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잔잔하지만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설렘의 주인공은 폴 모리아의 <Love is blue>. 이 곡의 샘플링을 통해 당대 최고의 래퍼들로 구성된 ‘허니패밀리’가 탄생하게 된다. 486 컴퓨터에 연결한 전화선으로 천리안에 접속해 지역별 대화방에서 이상형을 찾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삐삐 연결음을 녹음하던 시절, 라디오에서 적지 않게 흘러나오던 허니패밀리의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허니패밀리가 도대체 누구?

오전 내내 허니패밀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날 점심시간, 친한 후배들을 불러 놓고 소싯적 노래방에서 옆 사람이 질리도록 중얼거리며 마이크를 놓지 않고 불렀던 바로 그 주옥같은 노래의 아티스트들(허니패밀리, CB Mass, MC sniper, 프리스타일, 피플크루)에 대해 열변을 토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허니패밀리가 뭐예요, 아, 혹시 빼밀리빼밀리 거리면서 춤추는 그 이상한?” ‘아이쿠야, 그건 개그클럽‘나몰라 패밀리’인 것을 이 사태를 어쩌지?’ 지금부터 나의 대학시절, 헐렁한 바지와 늘어뜨린 혁대에 벙거지 모자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힙합 맹신자가 되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와야겠다.

2000년대 양대 산맥 ‘허니패밀리’ vs ‘YG패밀리’

허니패밀리가 생소하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YG엔터테인먼트 탄생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1998년 설립된 힙합 레이블인 양군기획은 양현석을 주축으로 지누션, 원타임과 같은 초창기 멤버에서부터 세븐, 거미, 빅뱅, 2NE1, 블랙핑크 등 현재도 내로라 하는 기라성 같은 가수들을 키워낸 YG Ent.의 시초가 된다. YG Ent.는 단순히 제작자와 아티스트 간의 관계가 아닌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음악을 추구한다는 사명 아래 ‘YG 패밀리’로 불리며 1999년 1집을 발매하는데, 바로 이 그룹과 허니패밀리가 당대 오버그라운드 양대 산맥을 이뤘다면 요즘 신세대들이 우습게 볼만한 존재가 아님은 확실하지 않은가. 한때는 미니 홈페이지를 꾸미기 위한 ‘도토리’ 판매 상위권 순위에도 올랐던 노래의 그룹이다.

인기 힙합그룹 양성소 허니패밀리

1995년말 ‘허니’라는 혼성 힙합그룹이 데뷔하는데 멤버는 박명호, 광범, 미애 3인이었다. 타이틀곡인 랩메이킹 일부를 서태지가 담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잠깐 주목을 끌었지만 처참하게 망했다. 이후 미애가 떠나면서 허니는 해체되고 박명호가 홍대클럽 등을 전전하며 살아가다가 이주노에게 발탁, 개리, 길, 디기리, 주라, 영풍, 수정과 함께 허니패밀리가 결성된다.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가 만든 팀이라는 것. 허니패밀리 2집 발표 이후 팀을 빠져나온 개리와 길은 리쌍을 만들어 힙합뮤지션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이후 수정 대신 영입한 미료는 브라운 아이드걸스로 인기스타의 길을 걷게 된다.

삶의 애환을 담은 명곡 #1‘우리 같이 해요’

▲‘우리 같이 해요’가 수록된 1집

1998년 IMF 금융위기가 닥치자 많은 소상공인은 물론 대기업까지 무너져 내렸고, 어느 누구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이때 허니패밀리는 패기 넘치는 젊은 에너지를 담아‘1999 대한민국’이란 앨범을 발표하며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가사) 1999년 모든 게 끝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좌절감 속에
많은 이들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고 있지만 모두 마찬가지
하루살이 하루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하루 살잖아.(중략)

혼자라는 생각 그런 생각 버리세요 / 당신 곁에 항상 우리가 있잖아요.

우리 같이 해요 날 따라 해요 날 따라 해봐요 요렇게
우린 할 수 있죠 우릴 따라 해요 날 따라 해봐요 요렇게

삶의 애환을 담은 명곡 #2‘남자이야기’

이 노래는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여자)아이들 전소연, 브아걸 미료, 쥬얼리 하주연이 본선 무대에 리메이크한 곡을 들고 나오면서 다시금 재조명 받게 된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를 샘플링한 곡으로 아버지의 인생에서 시작해 아들로 이어지는 가사가 관객의 마음을 울리며 자동으로 양팔을 흔들고, 떼창을 유발시키는 가슴 뭉클한 곡이다. 그땐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40대의 입장에서 다시 들으니 한없이 숙연해진다.

(가사) 이 세상 내 아버지가 살던 세상 /이 세상 내 자식이 살아갈 세상
이 세상 속에서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죠. /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며(중략)

나의 부모님은 주는 사랑만을 고집하셨지 / 이 못난 아들내미 친구 못지않게 살게 하려
없는 살림에서도 주머니 쌈짓돈 꺼내주시곤 하셨지

마치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 내가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는 거죠
그리고 내 아들 역시 걸어갈 길이겠죠 / 이 한 남자의 인생의 길을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유독 담배 피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공사장에서, 탄광갱도 앞에서, 학사주점에서 초점 잃은 눈들이 노래 부르는 젊은이들과 만나 다시 웃고 엄지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뎀으로 통신을 하던 주인공은 채팅창에 이런 메시지를 입력한다.‘아직 끝나지 않았어. 희망도 사랑도…. 그리고 웃음까지…!’. 언제 쉬운 날이 있었겠냐만은 요즘같이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실업률이 치솟는 이 시기에 1999년도에 희망을 외치던 허니패밀리의 메시지가 다시 회자될 법하다. 다시 외쳐보자, 파이팅 대한민국!

사보 『화폐와 행복』(2021) 3+4월호 69-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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