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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자아성찰로 오만과 편견의 굴레 벗어나기

by 한국조폐공사 2021. 3. 16.

KOMSCO LIFE_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②

자아성찰로 오만과 편견의 굴레 벗어나기

글 박진영(심리학 칼럼니스트)

 

어딜 가나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리더나 상사같이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그런 경우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게 된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나만 옳고 다른 이들은 다 틀리다거나, 잘 모르는 것도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릇된 결정을 강행하는 일도 생긴다. 단 몇 명의 오만함과 자기중심성, 자기객관화 실패 때문에 조직 전체가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왜 했대? 아무도 안 말렸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많은 결정들이 보통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평균 이상 효과’ … “나? 적어도 평균 이상은 가지!” 

물론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자신이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는 일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사실에 대해 무지하다. 
예를 들어 정직성, 성실성, 지능, 창의성, 원만성, 매너 좋음 등 다양한 긍정적인 특성들에 대해 자신이 어느 정도에 위치할 것 같은지 물으면 90%가 넘는 사람들이 모든 면에 있어 ‘적어도 평균은 간다’고 응답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교수들에게도 자신이 얼마나 강의를 잘 하는지 물으면 99%는 평균 이상으로 잘 가르친다고 답한다. 최근 사고를 낸 운전자들에게 운전 실력이 어떠한지 물으면 역시 대다수가 자신은 평균 이상이라고 응답한다. 
직장인들 역시 자신의 업무 실력이나 팀의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물으면 역시 대다수가 기여도를 다른 팀원들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팀원 모두에게 자신의 기여도를 적으라고 하고 합을 내면 항상 100%가 넘어간다. 다른 팀원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면서 억울해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평균 이상이고, 모두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런 현상은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이를 ‘평균 이상 효과’(above average effect)라고 부른다. 

‘통제감의 환상’ … ‘모든 것은 내 통제하에’

반대로 안 좋은 특성들이나 나쁜 일들의 경우 자신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예컨대 사람들은 모두 이따금씩 잘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고,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며,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은 웬만한 사람들보다 이같은 모습을 ‘덜’ 보인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다섯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린다거나, 두 커플 중 한 커플은 이혼을 한다거나, 적어도 한 번씩은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낸다는 통계를 접하고도 자신에게만큼은 이런 일들이 ‘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같은 주사위도 자신이 던지면 더 원하는 숫자가 잘 나올 거라고 여기고, 주식도 자신이 하면 절대 잃지 않을 것이고, 도박도 자신이 하면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인간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일들도 자신은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통제감의 환상’(illusion of control) 또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근본적 귀인 오류’ … 내게 유리한 대로 해석하기

여기에 더해 똑같이 지각해도 자신이 지각하면 그날따라 컨디션이 나빠서, 교통 체증이 심해서 등등 합당한 ‘이유’가 있지만 다른 사람이 지각하면 그냥 그 사람이 ‘게을러서’ 그런 것이라며, 자신의 잘못은 원인을 외부에 돌리는 ‘외적 귀인’을 하는 반면 타인의 잘못은 그 사람 자체에 원인을 돌리는 ‘내적 귀인’을 하는 경향도 보인다. 반대로 성공의 경우 자신의 성공은 전적으로 자신이 똑똑하고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안정적인 특성으로 내적 귀인을 하는 반면, 타인의 성공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외적 귀인을 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원인을 돌리는 현상 또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데 이를 ‘근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불린다.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은 하나만 봐도 열을 알 수 있는 단순한 존재지만 자신은 열 길 물속보다 어려운 복잡한 존재라서 때로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을 해도 나를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 나뿐 아니라 ‘내가 속한 집단’, 가족, 학교, 직장, 나라, 민족 등 자신이 속한 집단이 다른 집단들에 비해 실력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등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더 좋게 생각하는 현상 또한 존재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스스로를 높이는 자기 고양적(self-enhancing) 존재라는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래도 다소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데 여기에 ‘권력감’이 더해지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끼리 짝을 지어 상사-부하 역할 놀이를 하게 하거나, 리더를 선정해 조별 과제를 하게 하는 등 아주 잠깐이라도 권력의 맛을 보게 하면 이전보다 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사람들을 더 쉽게 판단/오해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고, 팀의 성공에 있어 팀원들보다 자신의 공을 절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는 연구들이 다수 있다. 아마도 이런 위험성을 알고 있어 예로부터 ‘높이 올라갈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전해 내려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 자신을 알라”

이렇게 인간은 기본적으로 현실 지각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향돼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이따금씩이라도 떠올리는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 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을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내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확신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정확하지 않거나 틀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 자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오만함뿐 아니라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 자기성찰력이 주어졌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사실이다.

박진영 |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등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대중서를 집필했다. 현재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Chapel Hill 의과대학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동아사이언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을 연재중이다. 심리학의 주요 개념 및 흥미로운 최신 연구를 쉽게 풀어내 우리의 마음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보 『화폐와 행복』(2021) 3+4월호 53-54p

 

※ 사보 『화폐와 행복』에 게재된 글들은 각 필자 개인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한국조폐공사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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