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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여행의 즐거움-봉평

by 한국조폐공사 2018. 10. 2.

여행의 즐거움 ②


‘메밀꽃 필 무렵’ … 작가 이효석의 숨결 찾아 떠나는 봉평 여행 

- 9월이면 새하얀 메밀꽃이 몽환적 분위기 연출 


오한결 / 여행 작가


 지난 겨울 지구촌 최대 축제인 동계올림픽이 평창을 무대로 펼쳐지면서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 뜨거운 열기는 한바탕 지나갔지만 가을의 길목에 들어선 지금 다시 한번 평창에 주목해 볼 만하다. 평창에 속한 작은 산골 마을인 봉평은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효석이 태어나 자란 곳이자 그의 작품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곳이다. 가을이면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마을을 새하얗게 수놓으며 소설 속 한 장면을 재현한다. 낭만적인 가을 정취를 흠뻑 느끼며 이효석의 발자취를 따라 나서보자. 


이효석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효석 문학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운데 하나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처음 접한 이후 유독 여운이 오래 가는 작품이었다. 장돌뱅이 삶의 애환을 통해 인간 본연의 순박한 본성을 그려내는 주제 의식과 뛰어난 서정적인 문체로 한국 단편 문학의 백미로 평가받으며 영화, 연극,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됐다.

 ‘이효석 문학관’은 이효석의 삶과 문학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곳이다. 전시실에는 이효석에 관한 자료들이 시대순으로 보기 좋게 놓여 있다. 작품이 발표된 신문, 잡지, 초간본 책자 등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귀중한 자료들이 눈길을 끈다. 문학인으로서 만이 아니라 자연인으로서 이효석을 설명해 놓은 전시물도 적지 않아 흥미롭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요 배경이 되었던 1930년대 봉평 장터의 모습을 제작한 모형도 있다. 봉평 장터는 현재는 봉평 재래시장으로 탈바꿈해 매월 2일, 7일마다 5일장이 선다. 시장 입구에도 이효석과 관련된 각종 조형물이 있으니 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면 시장 구경과 함께 둘러볼만 하다.     

  


문학의 향기가 가득한 ‘효석달빛언덕’

 이효석 문학관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문학 테마 관광지인 ‘효석달빛언덕’이 조성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효석이 태어나고 자랐던 집을 재현해놓은 이효석 생가와 마주한다. 당시 강원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초가집으로 집안을 차지하고 있는 가구나 물건에서 디테일이 돋보인다. 푸른집은 이효석이 평양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했던 곳을 유사하게 연출해놓은 곳으로 현대적인 모습을 띈다. 

 근대문학체험관은 한국의 근대 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좋은 곳이다. 이효석이 활동했던 근대의 시간, 공간, 문학을 알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놓았다. 

 멀리서부터 존재감을 뿜어내는 커다란 달빛나귀 전망대에 올라서면 효석달빛언덕을 조망할 수 있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허생원의 모습이 투영됐던 당나귀는 달빛나귀처럼 봉평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조형물로 세워져 있다. 꿈꾸는 달은 작은 도서관 겸 카페로 이효석의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밖에도 연인의 달, 꿈꾸는 정원, 달빛 광장, 하늘 다리 등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꾸며져 있다.   


메밀 꽃밭을 배경으로 열리는 ‘효석문화제’

“산 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다. 9월 초순이 되면 책 속에서 묘사된 봉평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시기에 맞춰 해마다 봉평에서는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효석문화제는 자연과 문학이 함께하는 축제로 이효석의 문학적 가치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재발견하고 공감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2018 문화체육관광 최우수 축제로 선정될 정도로 탄탄한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전통민속놀이, 버스킹 공연, 오케스트라 공연, 소설 속 인물체험 등의 풍성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이효석 문학관, 효석달빛언덕, 무이 예술관 등지에서는 메밀꽃이 팝콘처럼 탐스럽게 피어나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밤이 되면 은은한 달빛 아래 새하얀 메밀꽃이 눈부시게 빛나며 몽환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메밀 꽃밭 한가운데 서 있으면 마치 소설 속 한 장면에 스며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폐교에서 미술관으로 변신한 ‘무이 예술관’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놀던 운동장에는 역동적인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고, 아이들이 공부하던 교실은 예술인들의 아틀리에가 됐다. ‘무이 예술관’은 폐교된 초등학교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봉평의 숨은 명소라 할 만하다. 조각, 도예, 회화, 서예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실제 작가들이 상주해 그들의 예술혼이 담긴 작업실도 엿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도심의 세련된 미술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날 것의 매력이 돋보인다.

 전시실은 각기 다른 주제로 작품이 채워져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30여 년간 메밀꽃을 그려왔다는 정연서 화백의 작품이다. 하얗게 피어난 봉평의 메밀꽃을 컨버스에 고스란히 옮겨왔다.

 긴 복도로 이어지는 전시실 끝에는 2층 카페가 있다. 조각공원이 한눈에 담기는 탁 트인 테라스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예술관 주변으로는 메밀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메밀꽃이 만개하는 9월이 되면 운치가 더해진다.


싱그러운 허브향이 가득한 힐링가든 ‘허브나라’

 봉평을 관통하는 흥정계곡 주변에는 ‘허브나라’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허브 테마 관광농원이다. 1만여 평의 거대한 규모에 유리온실, 정원, 갤러리, 박물관, 야외공연장, 레스토랑, 카페, 펜션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1993년 문을 연 이래로 매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팔레트 가든에서 풍겨 나오는 향긋한 허브 내음이 먼저 방문자를 반긴다. 허브나라의 주요 볼거리는 7가지 테마로 구성된 정원으로 100여 가지 이상의 허브, 꽃, 나무들로 조성돼 있다. 피는 꽃과 허브의 종류가 계절마다 달라져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정원마다 포토존도 아기자기하게 마련돼 있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사진을 남기기에 더없이 근사하다. 볼거리를 모두 둘러봤다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허브 차와 허브 요리를 즐겨도 좋다. 10월에는 허브나라 가을 축제를 개최하며 정원 음악회, 허수아비 페스티벌, 가을 허브체험, 사진전, 허브먹거리 장터 등의 이벤트가 펼쳐진다.


봉평의 맛, 메밀 

 봉평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메밀이다. <메밀꽃 필 무렵> 덕분인지 봉평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메밀이 떠오른다. 다양한 메밀 요리를 맛보는 것은 봉평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봉평에서는 마을 어디를 가도 메밀 음식을 쉽게 맛볼 수 있어 좋다. 메밀 요리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메밀 막국수다. 깔끔하고 시원한 육수와 구수한 메밀면의 조화가 건강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좀 더 매콤한 것이 당긴다면 메밀 비빔막국수를 선택하자. 메밀묵을 이용한 메밀 묵사발, 메밀 묵무침, 메밀 묵밥 등도 인기다. 

메밀 전병은 묽게 반죽한 메밀 반죽을 얇게 부친 후 김치, 돼지고기 등으로 속을 넣고 반죽으로 돌돌 재료를 감싸 익힌 것이다. 속재료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담백한 메밀과 감칠맛 나는 속의 궁합이 잘 맞는다. 메밀전은 엷은 메밀 반죽에 파, 부추, 신김치 등을 길게 넣고 얇게 부친다. 바삭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이 예술이다. 메밀전과 함께 부드럽게 넘어가는 봉평 메밀 막걸리 한잔 기울이면 완벽한 식탁이 완성된다.   


사보 <화폐와 행복>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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