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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여행칼럼 - 겨울 눈꽃 트레킹

by 한국조폐공사 2017. 2. 9.

마음까지 정화되는 겨울 눈꽃 트레킹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다. 일반인들에게 겨울은 여행의 비수기다. 날씨가 춥다보니 그저 온천에 몸을 담그거나, 맛집 기행을 할 만한 계절이다. 하지만 여행에 조예가 깊은 선수들에게는 얘기가 달라진다. 겨울이야말로 눈이 호강을 하는 계절의 여왕이기 때문이다. 가을의 단풍도, 봄의 꽃들도 겨울의 눈 앞에서는 초라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처럼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여름가을겨울의 풍경이 제각각인 까닭에 언제 봤느냐에 따라 망막에 새겨지는 풍경은 천양지차다. 최소한 계절별로 한 번씩은 다녀 와야, “그 곳은 풍경은 이러이러 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눈꽃 트레킹은 왜 우리나라가 사계절 아름다운 금수강산인지를 입증하는 동시에 겨울이 계절의 여왕임을 각인시켜준다. 그래서 이번 신년호에서는 눈꽃이 아름다워 걷기 좋고, 길이 좋아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눈꽃 트레킹 명소를 찾아 보았다.

 


눈꽃트레킹 최고의 코스, 노고단 = 노고단(1,507m)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 주봉이다.

하지만 계절이 겨울이라는 것을 망각하면 노고단 가는 길은 그저 평지나 다름 없는 트레킹코스라고 착각하기 쉽다. 노고단의 해발고도가 1,507m라고는 하나 산아래에서부터 성삼재까지 도로가 잘 닦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례에 도착해, 화엄사에 들러 도로 사정을 물었더니 문화관광해설사가 정색을 하고 기자를 말렸다.


화엄사 관계자까지 가세해 시암재까지는 가능하지만 시암재부터 성삼재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걱정을 했다. 화엄사관광센터 직원도 시암재까지는 제설작업이 웬만큼 돼있지만 시암재에서 성삼재까지는 쌓인 눈이 녹지 않는 구간이라고 거들었다.


화엄사 앞 숙소에서 잠을 자고 새벽 다섯시반에 일어나 스노우체인을 차의 앞바퀴에 걸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천은사에 도착해보니 성삼재로 향하는 도로 입구에는 차단기가 반쯤 내려와 있었다. 차에서 내려 차단기를 올려서 벌어진 틈 사이로 사륜구동차를 몰아 넣고 전진한지 5분도 안돼 눈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석한 눈길은 그런대로 헤쳐 갈 만 했다. 하지만 중간에 눈이 다져진 응달 두어 곳에서는 차가 휘청거렸다.

30분쯤 엉금엉금 기다시피 운전을 한 끝에 시암재에 도착했다. 휴게소 굴뚝에서는 연기가 오르고 있었지만 인적은 없었다. 사람이 없는 동안 동파가 우려돼 난방을 하고 퇴근한 것 같았다.


시암재를 지나 성삼재로 진입하는 비탈은 산의 북쪽 사면이었는데, 내린 눈이 쌓이고 다져진 비탈길은 눈길은 이런 것이라는 듯 차를 막고 서 있었다.


체인까지 감고 올라 온 차를 버리고 가야할지 고민스러웠다. 시암재에서 성삼재까지면 눈길에서는 왕복 한 시간인데 잘못하면 일출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눈길에 차를 세워놓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국립공원관리공단 소속인 듯한 4륜구동 트럭이 멈추더니 기자를 말렸다. “우리들은 길이 익숙해 운전이 가능하지만 당신은 위험하니 차를 두고 가라고 했다.


충고에 더럭 겁이나 차를 세워 놓고 걷기 시작했다. 성삼재를 거쳐 노고단 길로 접어들자 발목은 눈 속으로 푹푹 빠져 들었다. 내딛는 걸음도 힘들었지만 눈에서 발을 빼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몸에서 흐른 땀에 속옷이 들러 붙었지만 노출된 피부는 불어오는 바람에 얼어 붙는 듯 했다. 몇번을 미끄러진 끝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이젠을 착용한 다음, 트럭의 바퀴자국 위로 걸으니 한결 편했다.


편한 길 대신 가로지르는 길을 택해서 부지런히 걸은 지 한 시간 반 만에 노고단에 당도했다. 눈길만 아니었다면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 보다 시간이 더 걸려서 해는 이미 떠오르고 난 후 였지만 노고단은 먹구름에 뒤덮여 있었다. 사위는 어두웠고, 강풍에 눈발까지 휘날렸다.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는 제단이라는 뜻의 노고단은 원래 길상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봉우리다. 맑은 날에는 남해바다와 무등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지리산의 명소로 유명하다하지만 눈이 오는 날 노고단은 시계가 20m 정도밖에 확보되지 않았다. 몇해 전 여름 운동화를 신고, 한가하게 나들이 삼아 걸어 올랐던 노고단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노고단을 내려 오자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랗게 갰다.


구례에 온 김에 산수유마을에 들러보고 싶었다. 빨간 열매들이 눈을 덮어 쓰고 있는 모습이 예쁠 것 같았다.

구례군 산동면은 국내 최대의 산수유 산지로 생산량은 국내 총 생산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산수유는 열매도 아름답지만 노란색 꽃은 봄을 알리는 전령이다. 진달래, 개나리와 함께 명성이 높아 해마다 3월이면 구례군은 산수유 축제를 연다. 층층나무과 낙엽교목인 산수유는 잎 보다 꽃이 먼저 피는 수종 중 하나다. 열매는 녹색으로 열리지만 가을 햇볕을 받으면서 붉게 익어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산수유의 수확은 10월 이후 시작되어 11월말까지 계속되는데 기자가 찾은 날 산수유마을의 거의 모든 나무에는 붉은 열매들이 그대로 달려 있었다그 이유를 물었더니 곽영숙해설사는 돈이 되는 줄 알면서도 일손이 모자라 지금까지 열매를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 덮힌 내소사 = 눈으로 유명한 전북 부안은 겨울이 되면 변산반도의 설경을 구경하러 몰려드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변산반도의 수많은 설경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진서면 석포리에 위치한 내소사의 풍광이다. 그에 더 해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직소폭포에 이르는 길도 빼놓을 수 없다.


건립된지 1300년이 된 내소사는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고 파괴된 후 다시 복구된 절이다. 뭐니뭐니해도 부소사의 상징은 전나무들인데 150여 년 전 일주문에서 사천황문에 이르는 길에 식재됐다고 전해 온다. 사시사철 푸르고 곧은 전나무가 잘 자라 사찰보다 더 유명한 명물로 자리를 잡았고, 500m에 이르는 숲길은 아름다운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바 있다.


백제 무왕 때 혜구두타라는 여승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내소사는 조선 중기 사찰건축의 대표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대웅전(보물 제291)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일원이 문화재보호구역(전북기념물 78)으로 지정돼 있다.


이와 함께 내소사를 병풍처럼 둘러 싼 관음봉의 설경도 한 폭의 수묵화를 방불케 한다변산8경의 하나로 꼽히는 직소폭포는 선인봉 동쪽 산자락에 자리한 30m 높이의 폭포로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대략 2km 정도 거리에 있어 천천히 걸어도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직소폭포 트래킹 코스는 전반적으로 평탄한 코스지만, 두어 군데 가파른 오르막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설경의 아이콘 태백산 = 태백산(1,567m)의 설경은 줄을 서서 등산을 해야할 만큼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유일사, 장군봉, 천제단을 거쳐 망경사, 당골광장에 이르는 눈꽃 트레킹 코스는 접근이 용이하고 거리가 짧은 까닭이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1시간 남짓 오르면 설경과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주목군락을 만나게 되는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고사목들이 여기저기에 우뚝 솟아 장엄한 풍광을 연출한다. 능선을 따라 오르면 눈이 쌓이고, 또 쌓이면서 만들어낸 눈의 나이테가 주목을 감싼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천제단까지 이어지는 길은 계절을 막론하고 등산객들이 줄을 지어 올라가기 때문에 눈구경과 함께 사람구경도 원 없이 할 수 있다. 인파에 휩쓸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평일을 택하는 것이 좋다유일사에서 오르는 코스는 높이에 비해 험하지 않아 초보자라 하더라도 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고, 하산까지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태백산눈축제도 당골광장에서 매년 1월중 열리고 있어 때를 맞춰 가기만 한다면 초대형 눈조각을 감상하고 이글루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문경새재 설경 =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첫번째 관광의 별로 뽑힌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 14(1414)에 개통된 옛길이다. 1관문인 주흘관에서 제2관문인 조곡관을 거쳐 고갯마루의 제3관문인 조령관에 이르는 6.5km의 문경새재 길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포장하지 말고 자연상태로 보존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1관문인 주흘관은 조선 숙종 34(1708)에 세워졌는데 문경새재에 있는 세 개의 관문(사적 제147) 중 가장 크고 웅장하다. 주흘관을 지나면 태조 왕건’, ‘대왕 세종’, ‘근초고왕등등 다양한 사극을 촬영한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이 나타난다.


오픈세트장을 지나면 조선시대 국영 여관인 조령원 터, 주막, 교귀정 등이 차례로 나온다. 교귀정은 새로 부임하는 경상도 관찰사가 전임 관찰사로부터 업무와 관인을 인수인계 하던 교인처에 세워진 정자다. 조선시대에는 관찰사의 인수인계를 도() 경계지점에서 행했는데 이 지점을 교귀라고 불렀다. 성종 1(1470)에 건립되어 고종 33(1896) 의병전쟁 때 소실된 것을 99년 복원했다.


주흘관에서 북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제2관문인 조곡관은 선조 27(1594)에 축조된 것으로 이후 소실되었다가 1978년에 복원했다. 눈이 덮힌 문경새재길은 양쪽을 뒤덮은 숲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문경은 아름다운 산세 만큼이나 온천도 유명하다. 따라서 새재 산행후 피로를 온천에서 풀어보는 것도 좋다. 문경종합온천은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는 알칼리성 온천수와 칼슘등 미네랄이 함유돼 있는 중탄산성 온천수가 동시에 용출되는 국내에서 유일한 온천이다. 실제로 욕실에는 맑고 투명한 물이 담긴 탕과 갈색 물이 담긴 탕이 나란히 있다. 칼슘이 섞인 중탄산수는 지하에서 무색 투명하다가 지상에서 산소와 반응하면서 갈색으로 바뀐다.


문경종합온천은 지난 20013월 개장한 이래 하루 1,500명 안팎의 이용객들이 찾고 있다. 지하 900m에서 끌어올리는 온천수는 예로부터 명성이 높아 피부병 환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경온천의 수질은 일본 벳부온천 보다 나트륨, 마그네슘 등이 훨씬 풍부해 신경통, 피로회복, 스트레스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지하에서 용출되는 물의 온도는 32이지만 목욕에 적합한 온도인 39짜리 온탕수와 42짜리 열탕수로 덥혀 이용하고 있다. (054)571-2002





<소박스> 겨울산행시 주의할 점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산행은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가야 한다.

눈꽃 트레킹을 즐기려면 미리 일기예보를 숙지한 후 등산복, 등산화, 방한모, 장갑, 양말, 아이젠, 발토시 등 장비를 갖추고 가는 것이 좋다. 저체온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특히 땀에 젖기 쉬운 양말과 장갑은 여벌의 것을 준비하고 초콜릿, 사탕, 과일 등을 준비해 트레킹 중간에 쉬면서 먹으면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일정은 가급적 오후 4시 이전에 마칠 수 있도록 하고 기상이 안좋으면 바로 철수해야 한다. 최소한 3명 이상 동행하는 것이 안전하며, 길을 잃었다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게 좋다.

 

 출처 : 화폐와 행복 1+2 『여행칼럼』 


글  우현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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