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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최보기의 책보기-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

by 한국조폐공사 2016. 12. 7.

최행보 <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

 

 

 

필자는 이 책의 별명을 도깨비로 붙였다. 정말 불가사의한 책이다. 276페이지에 불과한 이 책이 16~17세기 중(, ), 조선, 일본 등 삼국의 국제사를 오롯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1534년 오다 노부나가, 1536년 도요토미 히데요시, 1542년 도쿠카와 이에야스, 1545년 이순신, 1619년 봉림대군(효종)이 각각 태어나기까지의 85년은 조선, 일본, 중국이 임진왜란이라는 동아시아 전쟁으로 각축을 벌였던 격동의 시기였다. 그 중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이순신 장군은 9살 차이로 임진왜란 10년 역사의 자웅을 겨뤘던 국제 라이벌이었다.

 

특정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대상의 책은 일단 재미있어야 예의다. 거기다 쉽기까지 하면 다홍치마. 역사서의 경우 여기에 정사든 야사든 역사적 사실(팩트)이 중심이어야 공부하는 재미까지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는 압권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뉜다.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대표작 카게무샤의 주인공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 등을 누르고 16세기 통일 일본의 기틀을 다진 오다 노부나가와 처세술의 달인 도요토미 히데요시, 50년 기다림의 두꺼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룬 대망이 제 1단락이다. 이순신 장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결을 다룬 임진왜란이 제 2단락, 줄타기 외교의 광해군에 한참 못 미치는 국제감각으로 웅진(공주), 강화도, 남한산성으로 도망 다니기 바쁘다가 종국에는 삼전도 치욕을 당한 인조, 그의 두 자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효종)의 이야기가 제 3단락이다.

 

오다로부터 효종까지 100년 정도의 동아시아 역사가 사람과 사람, 사건과 사건이 어떤 원인과 결과로 서로 물고 물렸는지, 그 과정의 역사적 분기점들은 어디였는지, 핵심의 사나이들은 어떤 선택으로 미래 흥망을 자초했는지 한 눈에 내려다보고 한 권으로 압축해준다. 신기한 것은 100년의 역사, 그것도 격동의 삼국 역사를 딸랑 한 권으로 다뤘는데도 이전의 역사책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에피소드들을 알게 해주는 깨재미가 있다. 단 한 줄도 버릴 게 없다.

 

꼼수의 대가 고니시 유키나와가 경상우병사 김응서를 통해 이중 계략으로 유출한 정유 재침 정보로 결국 백의종군하게 되는 이순신, 그를 살려 보내지 않으려는 이순신의 노량 결전, 도쿠가와와 맞붙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배해 이슬로 사라지는 고니시, 엽기 대왕 선조에게 희생당하는 익호장군 김덕령, 권율 장군에게 곤장 맞고 무리했다 칠천량에서 참패하는 원균, 그나마 경상수사 배설이 도망쳐서 남긴 12척으로 이순신은 명량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북벌을 위해 10만 양병에 나서다 요절했던 효종이 키운 군사력이 만만치 않았음은 청과 러시아의 흑룡강 국경전쟁에서 조선군의 혁혁한 공으로 간접 증명된다. 명과 청 사이에서 길을 잃은 비운의 국제 미아 임경업 장군, 광해군의 눈치보기 전략으로 청나라에 거짓 투항했다 청군의 향도(길 안내)가 되어 인조를 압박해야 했던 강홍립의 인생역정, 이순신의 노량 결전으로 일본에 미쳐 못간 왜군 조총수 300 명의 화력을 믿고 인조에게 대들었던 이괄 등 함께 버무려진 역사의 양념들 때문에 한 번 잡으면 놓기 어렵다. ◇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ㅣ최행보 지음ㅣ경향미디어◇

 

출처 : 화폐와 행복 11+12 『최보기의 책보기』 

글  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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