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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최보기의 책보기-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

by 한국조폐공사 2016. 12. 7.

 

18인 역사학자 공저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

 

 

 

 

세월이 쏜살처럼 흐른다는 말은 좀 느슨한 것 같다. ‘쏜총알처럼 흐른다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화폐와 행복>에 좋은 책을 추천하기 시작한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순식간에 1년이 돼간다. 모두 바쁜 연말에 어떤 책을 고를지 생각을 많이 했다. 처음 시작할 때 신간 정보는 여기저기 많이 제공되므로 구간이라 서점의 서가에서 사라졌지만 숨어있는 1인치 같은 책을 소개하자가 기획의도였다. 원점으로 돌아와 그 의도에 충실하게 두 권의 책을 골라냈다. 나온 지 10년 됐지만 아직 구할 수 있고, 값도 싸다.

 

역사서는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지만 올해 들어 조선왕조실록을 필두로 역사서가 자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스테디셀러 목록에도 역사서들은 꾸준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은 스테디셀러 목록에서도 보기 어려운 책으로 추측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역사를 이야기 하면서 7세기 통일과정에서 고구려가 통일을 했다면 저 드넓은 만주와 강대국운운하는 가정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그랬었을 수도 있었다. 연개소문과 김춘추의 엇갈린 선택이 신라 통일의 결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연개소문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기 보다 아쉽다는 것인데, 그건 연개소문이 김춘추의 제의를 받아 백제를 협공할 수 없었던 정권의 취약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복문서를 찢고, 그걸 다시 주워 붙이는 열지자(裂之者)와 습지자(拾之者) 모두 충신이다. 청나라에 맞서 결사항전하자는 김상헌과 항복해서 실리를 취하자는 최명길의 선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최명길, 김상헌,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 중에 선택해야 한다. 그 중 누가 후대를 위해 옳았다고 재단하기란 쉽지 않다.

 

궁예∙견훤∙왕건의 선택도 마찬가지였다. 주변 국가의 정치/경제/문화의 변화 조류와 백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꿰뚫은 역사인 왕건의 승리는 당연했다. 시대의 과제는 인식했으나 시대의 변화까지는 읽지 못했던 개혁주의자 이승휴와 이제현. 고려의 개혁을 포기하고 42세 장년의 나이에 이성계를 찾아가 조선의 밑그림을 그렸지만 이후 5백 년 동안 역적이 돼버린 정도전. 탁월한 외교력과 실리의 광해군을 반정으로 몰아냈던 인조의 선택은 끝없이 기울어지는 조선의 출발점이었다.

 

영원한 이방인 최치원. 제도와 사람 중 누가 먼저인지 다투었던 묘청, 정지상, 김부식. 개혁에서 왕조 재건으로 돌아선 이색. 조광조와 중종의 동상이몽. 실질정치와 본질정치로 갈라선 정조와 김종수. 이상적 개혁론자에서 현실 개혁론자로 돌아선 정약용. 근대국가의 여명에서 자주와 타협, 아래와 위로 선택을 달리했던 전봉준과 김옥균.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고종과 민비의 국권이 아닌 왕권의 선택은 과연 옳았었던가.

 

지금 우리의 현실에 곧바로 명암을 드리운 해방 전후 불꽃 공간에서 명멸했던 이회영, 오성륜, 최창익, 송진우, 여운형까지1 5백 년 역사의 군데군데 길목마다 선택과 운명을 달리 함으로써 오늘의 결과를 있게 한 역사적 31이 있었다.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ㅣ한명기 외 17인 지음ㅣ푸른역사◇

 

 

출처 : 화폐와 행복 11+12 『최보기의 책보기』 

글  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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