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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인도네시아 은행권용지 수주

by 한국조폐공사 2016. 5. 18.

도전이 성공을 이끈다

 

방갈로르부터 자카르타까지 신()실크로드를 열다.”

 

 

2014, 공사 용지 사업의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해왔던 C국 은행권 용지 수출사업이 자국 내 제지시설 확충, 경기침체로 인한 은행권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중단되었다. 제지본부의 일거리 확보를 책임지고 있는 사업부서이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C국의 최종 통보가 있기 훨씬 전부터 해외 대체 시장을 끊임없이 탐색해왔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기존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보기로 했다. 고액 은행권 용지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공급용지와는 달리 고액권인 2, 5, 10만 루피아는 부분노출은선 용지로 주로 유럽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물론 새로운 일을 추진한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부분노출은선 용지는 은폐은선용지와 달리 용지 굴곡 및 은선 표출로 인한 품질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내부적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컸던 것이다. 그 동안 인도네시아 고액권 용지를 공격적으로 수주하지 않은 이유도 이런 우려에서였다.

 

이에 기술해외이사는 입찰이 시작되기 훨씬 전인 20148,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해외사업단을 비롯하여 기술처, 제지본부, 사업처 등 관련 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TFT의 설치를 직접 지시한다. 사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책임을 지겠다는 말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관계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기술해외이사의 전폭적 지원 아래 품질 개선을 위한 사전 제조 실험, 끊임없는 원가절감 방안 모색 등 성공적 수주를 위해 우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중에, 반갑게도 20151월 멀리 아시아 최대 은행권 용지 시장 중 하나인 I국에서 은행권 용지 PQ에 합격했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I국은 인도네시아 고액권 용지와 함께 해외 은행권 용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우선 국가 중 하나로 과거 수년간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현지 대리인을 통한 직접 면담 등을 통해 계속 시도한 끝에, 결국 입찰 초청을 받아낸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 달 후 있을 입찰 참가를 위해선 넘어야할 난관들이 많았다. 실제 제품 규격을 확인해 본 결과, 공사에서 전혀 생산해본 적 없는 슈퍼 캘린더링 용지로 신규 보안 물질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신규 설비를 도입해야하는 등 짧은 시간 안에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했음은 물론, 제품 규격에 대한 완벽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고액권 용지처럼 부분노출은선 용지였기에 내부적으로 제조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회의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때도 기술해외이사는 다시 한 번 사업 추진의 필요성과 공사 수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관계자 한 명 한 명을 설득했고, 추진 동력을 얻은 우리는 현안 과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일어나지 않은 문제를 걱정하기 보다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회의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고, 결국 2월과 3월 각각 인도네시아 5만루피아 용지와 I국 용지 수주에 공사가 최초로 성공하게 된다.

 

수주의 기쁨을 뒤로하고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하면 양질의 제품을 문제없이 공급할지 고심했다. 우선 인도네시아와 I국 용지의 생산 및 공급을 총괄하기 위한 새로운 TFT가 결성되었다. 두 제품 모두 새로 시도되는 제품이고 공급기간이 비슷해 철저한 생산과 원가 관리가 필수였다.

 

그렇게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어 가던 중 또 다른 문제가 우리를 괴롭혔다. 인도네시아 용지 본제품 생산 중 우려하였던 용지 굴곡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품질 혁신! 제지본부에서는 생산·품질 안정화 추진반을 구성하여 환망 및 은선 투입 방법 개선 등에 노력하였고, 기술처와 기술연구원의 그 동안 축적된 모든 노하우가 동원되었다. 영업부서인 우리도 외국 경쟁사의 제품을 조사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모두의 노력과 협업이 더해졌다. 그렇게 수많은 개선 노력이 이루어진 끝에 공급이 끝나갈 즈음인 작년 하반기에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완벽히 개선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1> 인도네시아 5만 루피아 은행권 용지 개선 전/후 적재상태

 

그렇게 2015년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려던 찰나, 다시 한 번 해외 용지 사업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12I국 입찰에서 탈락한 것이다. 내년도 확정 사업이 없던 상황에서 수주 실패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좌절 속에 빠져있을 순 없기에 다음 인도네시아 은행권 용지 입찰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다시 한 번 전사적인 역량을 모으기 위한 TFT를 설치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현지의 입찰 관련 정보를 사전 수집분석하여 각종 시뮬레이션을 거쳐 최상의 입찰 전략을 수립하는 등 보이지 않는 물밑 작업이 몇 달 동안 치밀하게 지속됐다. 또한 입찰이라는 것이 경쟁자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기에 매일같이 유력한 경쟁자들의 동태를 살피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난 417. 우리는 입찰 참가를 위해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4개월 동안 부단히 입찰을 위해 준비해왔지만 막상 입찰일이 다가오니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혹시나 실수하면 어쩌나 다시 한 번 현지에 도착해서 서류를 몇 번씩 확인하고, 아침부터 저녁 잠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어떻게 입찰에 임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혹시나 경쟁업체가 예상을 벗어난 돌발행동으로 우리의 전략 권종을 수주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에 마음이 계속 무거웠다. 그러는 와중에도 경쟁자들에 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어떻게 대응하면 될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드디어 입찰 당일, 가격 협상 현장. 입찰 참가자들의 보이지 않는 눈치작전 속에 1차 가격을 제출하고, 두 번째, 세 번째 라운드를 거쳐 드디어 마지막 4차 가격을 써내고 모든 입찰이 끝난 직후, 경쟁업체들이 서로 모여 가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가격이 공개된 순간, 난 속으로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가 목표로 했던 1만 루피아와 5만 루피아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더불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2위를 목표로 했던 5천 루피아에서도 1위와 간발의 차로 2등을 차지한 것까지 모두 우리가 원했던 대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결과를 알려드리자 이번 입찰을 총괄 지휘한 기술해외이사도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리시듯 활짝 웃으셨다. 나 또한 사무실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팀장님 및 팀원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들에게 이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한숨 돌릴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돌이켜보면, C국 은행권 용지 사업의 중단부터 인도네시아 고액권 도전, 품질 문제로 인한 이슈, I국 신규 수주와 실패, 그리고 최근의 인도네시아 최대 물량 수주까지, 지난 3년간 하루도 편하게 회사 생활을 한 적이 없던 것 같다.

 

하지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품질 개선도 이뤄내고, 신규 제품에 대한 우리의 대응도 한껏 유연해짐과 동시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등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많은 무형의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 또한 이러한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잘 해결되어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함께 애써준 제지본부 및 본사, 연구원의 관련자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0000 Rupiah(루피아), 앞면

 

 

50000 Rupiah(루피아), 앞면

 

<사진2> 인도네시아 은행권 샘플 이미지

 

 

출처 화폐와 행복 5+6, 『줌인

글 이가현 해외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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