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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CO 이야기/화폐와 행복(사보)

땡전 한 푼

by 한국조폐공사 2018. 6. 18.

우리나라 화폐 이야기 2

땡전 한 푼


우리는 언어를 매개로 상호간 의사 전달을 하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다. 돈 또한 복잡한 거래를 단순화하여 교환의 편익을 누리게 함으로써 서로 안심하고 주고받을 수 있는 경제적 거래의 언어이다. 그런데 <돈>은 변했어도 우리가 즐겨 쓰는 돈에 관한 <언어적 표현>은 쉽게 바뀌지 않아 언어를 통해 <돈>의 옛 자취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진 돈이 전혀 없음을 강조할 때 흔히 <땡전 한 푼>없다고 말한다든지 저축을 홍보할 때<푼도 모아 목돈 마련> 등이라는 표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면<땡전>은 무엇이고 <푼>은 무엇일까? 먼저<푼>은 우리나라에 근대 화폐 즉 신식 화폐가 등장하기 이전에 사용되었던 조선통보·상평통보 등을 일컫는 엽전 한 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10푼* 10엽전 한 개의 무게가 중량 단위인 1문(文, 약 1돈)에 달해 <푼>과 <문>이 혼용됨에 따라 10푼을 10문으로도 표기한다.


△ 당백전(1866년(고종 3) 11월에 주조되어 6개월여 동안 유통되었던 화폐)


은 1전(錢)이며 10전(錢)은 1량이 되니 1량이면 100푼이었다. 또한 <땡전>은 고종 3년(1866년)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막대한 경비 조달 등을 위해 당백전을 제조·통용시킨 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즉 당시 당백전은 실질 가치(소재 가치)가 상평통보의 5~6배에 불과한 반면 그 명목 가치는 실질 가치의 약 20배에 달하여 발행 초기에 쌀값을 6배로 폭등케 하는 등 국민들의 생활을 극도로 피폐하게 한 악질 화폐이자 물가 폭등의 주범이었다. 이 당시 불법으로 상평통보를 녹여 당백전의 위조화폐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당백전의 가치는 계속하여 떨어졌고 이는 백성들의 삶을 더욱더 고달프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이로 인해 당시 사람들이 <당백전>에서 <당전>을 거세게 발음하여 <땅전>으로 다시<땅전>을 <땡전>으로 보다 격하게 발음하게 되어 그 <땡전>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국민의 생활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제조·유통된 화폐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경고가 <언어> 속에 오래도록 자리 잡아 왔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 10엽전 한 개의 무게가 중량 단위인 1문(文, 약 1돈)에 달해 <푼>과 <문>이 혼용됨에 따라 10푼을 10문으로도 표기한다.


출처 : 화폐와 행복 2018. 5+6 『화폐 디자이너 칼럼 』 

글 · 사진 : 한국조폐공사 기술연구원 디자인연구센터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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